반포·개포, 대규모 입주장도 전셋값 오름세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15주 째 상승
“매매가격 회복하고 아파트 선호도 높아지며 강세”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매매 시장 회복세와 함께 빌라 사기 여파로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진 영향이다. 하반기 대단지 입주 물량으로 역전세난이 우려됐던 강남권도 전셋값이 한 달 새 수억원이 뛰는 등 전세 시장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84㎡ 전세가격은 일부 저층을 제외하고 14억~18억원대에 형성됐다. 지난달 사전점검 기간까지만 해도 13억~16억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새 1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2990가구 대단지로 지난달 31일 입주를 시작했다. 1000가구 이상 대단지가 입주하는 건 지난 2021년 6월 ‘서초그랑자이’(1446가구) 이후 2년 만이다.

당초 시장에선 래미안 원베일의 입주로 전셋값이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통상 입주장엔 잔금이 부족한 집주인들이 ‘급전세’를 내놓는 경우가 많다. 대단지인 경우 물량이 많아 저가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는 지난 3월 입주 당시 매물이 늘면서 전용 84㎡ 전셋값이 주변 시세 대비 6억원 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래미안 원베일리는 입주일이 다가올수록 전셋값이 되레 오른 것이다.

/ 그래픽=시사저널e
/ 그래픽=시사저널e

오는 11월 입주를 앞둔 6702가구 규모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도 전셋값 상승세를 나타냈다. 7월까지만 해도 전용 84㎡ 전셋값이 12억원선이었는데 현재 14억원대로 높아졌다. 개포동이 학원가가 밀집한 대치동과 맞닿아있는 만큼 가을 학군지 이사철을 맞이하면 전셋값이 더 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셋값 회복세는 강남권뿐 아니라 서울 전체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14% 오르며 15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성동구(0.27%), 송파구(0.23%), 용산구(0.21%) 등의 순으로 많이 올랐다. 서초구와 송파구는 지난달 서울 25개 자치구 중 연간 누적 변동률이 상승으로 전환된 이후 기세를 이어오고 있다.

업계에선 금리가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커진 데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매 시장이 회복하면서 전셋값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13% 오르며 15주째 상승세다. 송파구(0.28%), 성동구(0.23%), 강남(0.20%) 등의 순으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매매 시장은 개발 사업 기대감이 있는 단지나 신축 위주로 상승 거래가 발생한 뒤 오름세를 유지했다”며 “전세는 전반적으로 매물 부족 현상을 보이는 가운데 교통 여건이 양호한 선호 단지 위주로 저가 매물이 소진되고 있으며 서울 전체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빌라 등 전세사기 문제로 아파트 전세를 찾는 수요가 많아진 점도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실제로 아파트 전세 물건은 빠르게 감소 중이다. 부동산빅데이터 업체 아실의 매물증감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은 작년 말 8만5000건을 돌파했다가 올해 들어 꾸준히 감소해 현재 4만9845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전세 수요가 늘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 비중도 지난해 12월 47.7%에서 지난달 64.5%까지 올랐다. 여기에 정부가 역전세난 해결을 위해 전세보증금반환 대출 기준을 완화한 점도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크게 줄어드는 만큼 전셋값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1332가구로 올해 3만312가구보다 절반 넘게 줄어든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매매와 전세가 같이 움직이는 특성이 있는 만큼 매매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전세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며 “아파트의 선호도가 높아진 가운데 내년 입주 물량이 적어 전세 시장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