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보험료 카드 결제 현황 공시 의무화했지만 효과 미미
가맹점 수수료율 두고 양측 힘겨루기···소비자 피해 지속
연내 법안 통과 회의적···"이해당사자간 자율적 협의·계약 유도해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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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생명보험료를 카드로 납부하는 문제를 놓고 생명보험사와 신용카드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오랜 기간 생명보험사와 카드사 간의 가맹점 수수료율를 놓고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진부한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이 의견 차를 좁힐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5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생명보험사 평균 신용카드 납부 비율은 5.1%로 집계됐다. 보험계약 100건 중 5건 정도만 카드 수납을 받았단 의미다. 보험사별로 보면 라이나생명이 35.1%로 가장 높고 이어 AIA생명이 21.1%로 나타났다. 동양생명은 11.5%, 신한라이프와 처브라이프생명이 각각 9.4%, 9.3%로 뒤를 이은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0~5% 사이를 유지했다. 이른바 '빅3'에 해당하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중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은 아예 보험료를 카드로 받지 않는다.

앞서 지난 2018년부터 금융감독원은 보험소비자 편의성 제고를 위해 보험사에 보험료 카드 결제 현황 공시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공시 도입 6년째를 맞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공시를 추진한 금융감독원도 보험사에 보험소비자 편의를 위한 보험료 카드 결제 독려를 단념한 모양새다.

생명보험사가 카드 결제를 꺼리는 이유는 카드 수수료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생보 상품의 경우 보험료 납입기간이 길고 보험료 규모가 큰 상품이 많아 카드 납부 수수료 부담이 더욱 크다는 것이 보험사의 주장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종신보험이나 저축성 보험의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한다는 것은 펀드·예적금 등의 금융상품을 카드로 납부한다는 것과 비슷한 의미"라고 말했다.

생보업계는 카드납부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재 2% 초반 수준인 보험사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단 입장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달 16일 발표한 '2023국정감사 이슈 분석'에 따르면 현재 보험사의 카드 가맹점수수료는 2% 초반인 반면 업계가 희망하는 수수료 수준은 1%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높은 보험사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되며 이는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며 "높은 수수료 부담이 계속되면 보험사는 사업비 영역에서 지출을 줄여야 하는 데 이럴 경우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기에 수수료 인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는 수수료 인하는 어렵단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수익성이 악화된데다 저조한 신용판매 수수료율로 인해 인하시 적자를 보는 구조란 주장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상반기 중 전업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41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75억원(12.8%) 감소했다.

특히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 밴(VAN) 수수료 비용, 마케팅비용 등을 산정해 도출해낸 수수료원가가 영세 사업점 기준 0.5%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카드사들의 본업인 신용판매는 수익성이 저하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카드납부 전제 조건으로 가맹점수수료 인하를 지속 주장하고 있으나 수수료는 여전법에 따라 적격비용에 기반해 책정하고 있다"며 "보험사만 예외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것은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타 가맹점과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보험사와 카드사의 힘겨루기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료 카드납부와 관련한 다수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제21대 국회에서도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해당 개정안은 보험사가 보험료를 납부 받을 때 신용카드나 직불카드에 의한 결제로 납부 받을 수 있도록 해 소비자의 지불결제 편의를 제고하기 위한 내용을 담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을 카드로 결제하는 것은 빚을 내 적금을 드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적금이나 펀드 투자에 카드결제를 허용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초 열렸던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열리지 않고 있어 올해 안에 법안 통과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활성화 입법보다는 이해관계자 간의 자율적 협의·계약을 유도해야 한다"며 "보험사와 카드사 간의 개별 협의와 계약을 통해 자율적으로 비용 절감 방안을 모색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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