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킹통장 금리 연초 대비 큰 폭 하락 후 2% 초반대 정착···정기 예·적금 금리는 상승
파킹통장 특성상 정기 예·적금보다 수신 안정성 불리···수신전략 변화 예상
장기적인 자금 운용 및 대출여력 확보 통해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 전환 모색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장기대출 확대해 수익성 개선 전망

사진=각 사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로고. / 사진=각 사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출범 초기 인기를 끌었던 인터넷전문은행 파킹통장 금리가 연초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2% 초반대로 요지부동인 상황에서 정기 예·적금 금리는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파킹통장의 경우 정기 예·적금보다 수신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터넷전문은행 하반기 수신전략에 변화가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대출여력을 확보함으로써 체질 개선과 함께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 전환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1일 기준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파킹통장 금리는 2% 초반대 수준이다. 이날 기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파킹통장 금리는 각각 연 2.3%, 2.1%, 2.0%를 제공하고 있다.

파킹통장은 주차(parking)와 통장을 합친 말로 잠시 주차하듯 언제든지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통장을 의미한다. 최소 1개월에서 길게는 3년 이상 예치해야 하는 정기예금과 달리 예치기간, 입출금 횟수 등에 제약이 없기 때문에 높은 이자를 노리는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케이뱅크는 올해 2월 초까지만 해도 연 3%였던 파킹통장 '플러스박스'(한도 최대 3억원) 금리를 반년 만에 0.7%포인트 내렸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말 파킹통장인 '세이프박스'(한도 최대 1억원) 금리를 기존 연 2.2%에서 연 2.1%로 0.1%포인트 낮췄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말 '토스뱅크 통장'(한도 무제한)의 금리를 연 2.3%로 제공하는 가운데 5000만원 초과 금액에 대해선 연 4% 금리 혜택까지 줬으나 현재 연 2.0% 금리로 주저앉은 뒤 머물고 있다.

이처럼 올해 초만 하더라도 고금리 경쟁에 나섰지만 최근 금리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상황이 달려졌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저마다 고객 유치, 단기 자금 확보 등의 목적으로 출혈까지 감내했지만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낮아지면서 갈수록 누적되는 조달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여야 했고 안정성이 낮은 파킹통장 금리를 낮춰야 했다는 설명이다.

파킹통장은 계약 당시 금리가 끝까지 고정되는 예·적금과 달리 시장금리가 곧바로 반영된다. 올 초 연 3%대 파킹통장에 예치한 후 이자를 받아왔어도 오늘은 연 2%대 초반 금리가 적용돼 정산되는 구조다. 지금보다 금리가 더 떨어지면 하루하루 받는 이자도 줄어들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파킹통장 금리는 시장 모니터링 중 필요하면 조정되고 있는데 기준금리가 동결됐어도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금리 상황에 따라 파킹통장 금리를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파킹통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안정적인 운용에 불리하다. 정기예금과 달리 파킹통장은 5000만원에 이르는 고액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단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대출 등 여신 활동에 적합하지 않다. 자금이 빨리 들어왔다가 빨리 빠지면 수신 변동성이 커 안정성이 취약해진다는 설명이다.

고객의 예금으로 대출을 내주고 수익을 얻는 은행 영업 방식은 안정적 수신고 유지의 필요성을 더하게 된다. 이에 입출금이 자유로운 수시입출금예금의 안정성을 중점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과 함께 장기적으로 안정된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정기 예·적금 확대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 고객 대상 예금 상품이 수시입출식 예금 하나 뿐이었던 토스뱅크는 지난 3월 만기 3∼6개월에 금리가 연 3.5%인 '먼저 이자 받는 예금'을 출시했고 4월에는 만기 6개월에 연 5% 금리가 적용되는 '굴비 적금'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자유적금을 출시해 복잡한 우대조건 없이 연 최대 5%의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케이뱅크도 "누구에게나 유리한 금리를 준다"는 '코드K 자유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기본 금리는 가입 기간마다 다르지만 우대 금리 조건 없이 1년 기준 연 4.30%, 6개월 기준 연 3.60% 등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하반기 수신전략과 관련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나 전세대출 중심의 여신(대출) 확대를 꾀하는 점이 파킹통장 금리에 힘을 싣기 어려운 요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정기예금 등으로 안정적인 자금을 많이 확보한 뒤 이를 토대로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장기대출을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킹통장은 인출할 때 상품 해지 단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금리가 소폭 낮아진다고 해도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면서도 "아직 눈에 띄는 자금 이탈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최종금리가 형성됐을 때는 정기예금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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