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코엑스서 '제5차 한-일 합동 의약품 심포지엄' 개최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일본제약협회, 의약품 규제·약가 동향 공유
규제 개선으로 산업 촉진 및 원료의약품 공급망 강화 방안 논의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약 110조원 규모 일본 의약품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기 위한 글로벌 민·관 협력의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일본제약협회는 양국의 의약품 규제와 정책 동향을 공유하며 제약바이오 산업 촉진 방안을 논의했다.
4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일본제약협회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제5차 한-일 합동 의약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 주제는 양국 의약품의 최신 규제 정책 동향, 규제 개선을 통한 산업 혁신 촉진 방안, 원료의약품 공급망 강화 방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 등으로 구성됐다.
앞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일본제약협회는 양국의 제약바이오산업의 공동 발전과 의약품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합동 세미나를 주기적으로 개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행사는 2019년부터 잠정 중단되다, 4년여 만에 재개됐다. 2016년부터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와 일본의 후생노동성 및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가 참여하면서 의약품에 의료기기 분야를 더한 민·관 공동 심포지엄으로 규모를 확대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은 안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장과 나오유키 야스다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 부사무국장이 맡았다.
안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장은 한국 의약품 규제 정책의 최신 동향을 소개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새롭게 도입된 의약품 정책에 대해 짚었다. 구체적으로 코로나19 대응 정책, 전자적 정보제공(e-라벨링) 제도 도입, 분산형 임상시험(DTC) 관련 관리 체계 등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국내에선 코로나 백신 접종 및 코로나·독감 유행(트윈데믹)으로 발열, 통증 완화에 사용되는 해열진통제 부족 현상이 심화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식약처는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해열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정’의 긴급생산·수입명령을 통해 수급 안정에 나선 바 있다. 또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진단 시약 공급 부족도 대두됐다. 이에 정부는 안정적 공급을 위해 유통개선 조치를 실시하기도 했다.
안영진 의약품정책과장은 “지난 2021년 3월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의 개발 촉진 및 긴급 공급을 위한 특별법 제정했다”며 “코로나19 등 감염병 및 생화학 무기로 인한 질병 등에 대한 선제적 대응체계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속한 허가와 품질 심사를 위해 허가 전담심사팀을 운영했다”며 “품목허가 외에도 오미크론주 등 변이 대응을 위해 백신 4개 긴급사용승인 및 신속 도입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 당시 대면 중심의 임상시험 수행의 어려움이 커졌다. 이에 따라 분산형 임상시험 필요성이 커졌다.
안 과장은 “코로나19 초기 임상시험 등록이 약 70% 감소하는 등 대면 중심의 임상시험 수행이 다소 힘들어졌다”며 “비대면 업무 환경 정착 및 데이터 활용 가속화로,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DTC에 대한 산업계 관심과 수요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나오유키 야스다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 부사무국장은 일본 의약품 규제 정책의 최신 동향에 대해 짚으며, 일본의 의약품 개발 지원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예전엔 의약품 초기 개발부터 상업화까지 대형 제약사가 주도했다면, 최근엔 바이오벤처 중심의 의약품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 바이오벤처의 초기 임상 파이프라인을 대형 제약사가 인수해 최종 개발까지 가는 방식이다.
나오유키 야스다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 부사무국장은 “PMDA는 바이오벤처의 연구개발과 상업화를 위한 지원에 대해 고민을 지속하고 있다”며 “일본 바이오벤처의 의약품 초기 개발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체계적인 임상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약품 상업화 단계까지 지원하려고 하는데, 특히 초기 임상 단계에서 지원을 확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특히 PMDA는 희귀의약품 개발 분야 지원을 더욱 늘릴 것이란 입장이다. 신약 개발을 가속 시키기 위해서다. 소아 대상의 의약품 개발 활성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그는 “희귀의약품을 개발할 경우, 세금 공제와 세제 혜택을 준다”며 “허가 단계에선 우선 심사 대상이 되거나 약가를 매기는 단계에서 프리미엄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메디컬 벤처들과 함께하는 임상시험을 지원하는 체제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타나카 다이스케 PMDA 국제 프로그램 사무국장은 의약품 규제 정책의 혁신 및 규제 조화 강화 방안에 대해 “아직 의약품의 64% 이상이 대형 제약사에서 나오고 있지만, 바이오벤처의 신약개발 기초 연구가 확대되면서 아카데미와 협력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오후 세션에서는 외부 대조군을 활용한 신약 허가와 적응증 확대에 대한 발표도 이어졌다. 2019년부터 FDA 허가 신약 중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1%로 증가했다. 신약 개발 트렌드가 바뀌면서 기존 임상시험에 대한 대체와 보완이 필요해졌다. 특히 단일군 임상시험의 한계점이 주목되기 시작했다. 희귀의약품과 항암제 등 작은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신약개발이 증가하면서 임상 2상이나 3상에서 무작위 배정이 적용 불가능한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신주영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는 “단일군 임상시험은 치료 효과와 위약효과 민 자연사 효과를 구별할 수 없다”며 “비교군 없이 치료 반응 및 효과를 해석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엔 리얼월드데이터가 의약품 임상시험 대체, 보완에 활용되고 있다”며 “미국 FDA와 유럽 EMA 등 약 11종 구체적 의료빅데이터를 활용한 임상평가 사례가 공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