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에 일반용 전기사용량 급증
사용량 20% 늘면 요금은 70% 상승

21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빼곡히 설치돼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전력거래소에서 이뤄진 전기 거래량은 5만1000여기가와트시(GWh)로 잠정 집계됐다. 사진은 서울 중구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빼곡히 설치돼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지난달 전기사용량이 역대 8월 중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유례없는 불볕더위로 상업시설과 가정의 냉방용 전기 수요가 급증한 결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전기요금이 큰 폭으로 오른 탓에 전기요금 증가폭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전력거래소에서 이뤄진 전기 거래량은 5만1000여기가와트시(GWh)로 잠정 집계됐다. 역대 여름철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 들어 전력거래소의 월간 전기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증가한 것은 지난 8월이 처음이다.

올해 경기 둔화 영향으로 전체 수요의 약 55%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사용량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가정용과 상업용으로 쓰이는 일반용 전기사용량이 예년보다 늘어난 결과다. 

연일 계속된 무더위가 일반용 전기사용량이 급증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월 하루 최고 기온이 섭씨 33도 이상이었던 날은 총 11일로 2018년 이후 가장 많았다. 8월 서울의 평균 기온은 27.2도로 2018년 이후 가장 높았다. 

8월 전기사용량이 가정과 상업시설에서 주로 쓴 것으로 추정되면서 가정과 소상공인 등이 내야 할 8월분 전기요금이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전기요금이 수차례 인상되면서 상승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4월부터 매 분기 총 5회에 걸쳐 인상, kWh당 총 39.6%(40.4원) 인상됐다. 

전기사용량이 늘었다면 요금 부담은 더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한달 427kWh의 전기를 쓰는 4인 가구라면 지난해 8월 6만6690원의 전기요금을 냈지만, 올해는 20.8% 오른 8만530원을 내야 한다. 전기사용량이 20% 늘었다면 3.4% 급증한 11만5640원을 내야 하고, 사용량이 30% 늘었다면 작년 요금의 배에 달하는 13만1340원을 내게 된다.

다만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아직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저렴한 수준이다. 한전은 2021년 이후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전기를 팔아 47조 원대의 누적적자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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