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ETF 불승인 재검토하라"···8% 급등
SEC, 블랙록 ETF 승인 연기···실망감에 급락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비트코인이 이번 주(8월 27일~9월 2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승인 문제로 울고 웃었다. 미국 증권당국이 현물 ETF 상장을 승인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미 연방법원이 재검토하라고 판결하면서 비트코인은 크게 치솟았다. 하지만 미 당국이 당초 이달 초로 예정돼 있었던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다음 달로 미루자 급락했다. 

2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5분 비트코인은 2만5788달러로 1주일 전과 비교해 0.95% 소폭 내렸다. 지난달 29일 오후까지 비트코인은 2만6000달러선에서 횡보세를 기록했다. 그런데 30일이 되자마자 크게 치솟더니 2만8000달러선 부근까지 올라섰다. 8% 가까이 오른 것이다. 이후 다시 내려갔지만 2만7200달러선은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 1일이 되자마자 고꾸라지기 시작하더니 2만6000달러선도 붕괴됐다. 

이번 주 한 때 시세를 크게 끌어올린 요인은 미 연방법원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재검토하라고 판결한 점이다. 해당 재판부는 29일(현지시각)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내주지 않은 SEC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소송을 낸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SEC가 선물 ETF를 승인한 상황에서 현물 ETF를 거부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SEC가 내세운 비트코인 ETF의 선물, 현물 시장을 구분짓는 논리가 불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지난 2021년 SEC는 비트코인 선물 ETF는 상장 승인을 내준 바 있다. 법원 판결에 따라 SEC는 그레이스케일이 낸 비트코인 ETF 신청서류를 재검토해야 한다. 재검토 명령은 새로운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허가를 내주라는 의미다. 

SEC는 블랙록이 제출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여부를 이달 초에 결정하기로 했기에 이번 판결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는 커졌다. 특히 블랙록이 신청한 ETF 중 SEC 반려한 경우가 한 차례 밖에 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9월 중으로 비트코인 ETF가 출범할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 소식에 시장은 즉각 반응하면서 8% 넘는 상승세를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인 1일 SEC는 당초 이달 초로 예정돼 있었던 블랙록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결정을 오는 10월 중순으로 일괄 연기했다. 상장에 대한 기대가 컸던 투자자들의 심리는 실망감으로 돌아서면서 비트코인 시세는 곤두박질 쳤다. 

SEC는 블랙록을 비롯해 비트와이즈와 반에크, 위즈덤트리, 인베스코, 피델리티, 발키리 등 다른 자산운용사들이 신청한 7개의 현물 ETF 승인에 대해서도 결정을 보류한 상태다. SEC는 신청서 검토를 시작한 날로부터 240일 동안 승인 결정을 지연할 수 있다.

문제는 SEC의 이번 결정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거부하기 위한 작업을 위한 결정으로 읽힌다는 점이다. 일단 블랙록 등 7개 현물 ETF 승인을 미루고 재판부를 설득할 만한 근거를 다시 찾으려는 움직임이란 설명이다.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의 손을 들어준 재판부가 SEC의 근거 부족을 지적한 만큼 SEC는 새로운 거부 논리를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 연방법원이 선물과 현물 ETF를 구분짓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 만큼 SEC가 결국 현물 ETF를 승인해줄 것으로 본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판결로 가상자산 관련 규제에 변화가 발생할지 여부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자료=코인마켓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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