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담대 급증에 가계대출도 증가세 전환···정부 규제완화 원인 지적
“DSR 제대로 작동하는데 정책 초점 맞춰야”···전세대출 규제는 우려도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근 주택담보대출 급증세를 감안할 때 규제가 불가피한 상황이란 진단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대출을 다시 틀어쥐면 부동산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예외를 두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단 조언이 나온다.
다만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대출에 서민들의 내집마련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전세대출의 DSR 포함을 놓고는 거시경제 측면에서 전세대출도 예외를 둬선 안 된단 의견과 전세시장은 실수요시장이기에 유연성을 둬야 한단 주장이 엇갈린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감소세를 이어가던 가계대출이 최근 다시 크게 늘어났다. 올해 2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전분기 대비 10조1000억원 증가한 1748조9000억원으로 4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주담대는 지난해 4분기 이후 4조원대 수준으로 늘어났으나 올해 2분기엔 갑자기 14조1000억원 뛰며 역대 최대인 103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증가폭은 2021년 3분기(20조9000억원) 이후 가장 컸다.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정책당국은 그간 풀었던 대출을 다시 억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부동산 시장 경색을 막기 위해 대출제한이 걸린 부동산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을 확 풀었다. 15억원 초과 주택의 대출금지 규제를 해제하고 다주택자의 규제지역 내 주담대도 허용했다. 특히 서민 정책모기지로 소득 한도가 없는 특례보금자리론도 출시했다.
그러나 최근 대출증가세에 정부는 50년 만기 주담대에 나이제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저금리를 장점으로 내세운 특례보금자리론도 금리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전세대출을 포함해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경제전문가들은 그간 정부의 대출완화가 과했다며 규제가 불가피하단 진단을 내놓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초 나온 특례보금자리론은 DSR 적용을 하지 않아 수십조가 풀렸는데 과도하게 대출규제를 완화한 면이 있다. 이는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줬다”며 “정부가 지금 방향을 바꿔 억제하려는 것은 대출규제 완화의 부작용을 깨닫고 지금이라도 되돌리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가계대출이 크게 늘었는데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이고 주택 가격을 올리는데 쓰이고 있다. 전세대출도 마찬가지라 대출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규제 방향으로는 DSR이 제대로 작동토록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단 조언이다. 하 교수는 “DSR에 자꾸 예외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전세대출도 DSR에 포함하는 게 맞다”며 “만약 특혜 같은걸 주고 싶다면 취약계층에 한해 예외적으로 할 수는 있겠으나 광범위한 사람들이 DSR에 걸리지 않고 전세자금대출을 쉽게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전세대출은 공적 보증까지 해주는 것이기에 은행 입장에서 리스크 없이 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어 무분별한 대출을 DSR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단 지적이다. 김 교수는 “정부가 DSR을 맞추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동안 편법으로 가계대출이 너무 많이 늘었기에 DSR 아래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며 “전세대출 등 DSR에 들어가지 않는 부분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주담대는 부동산 시장에 파급력이 큰 요인이라 규제에 신중해야 한단 진단도 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주담대 쪽 규제를 강화하면 2030세대나 실수요자 쪽에 직접적 영향이 가기에 시장에 주는 영향이 충분히 있을 것이다”며 “다만, 대출규제 강화는 시장을 길게 보고 판단해야 한다. 지금 수요쪽을 억제하기 위해 주담대를 조절하는데 시장은 수요와 공급 양축이 균형을 이뤄야 장기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착공 물량이 크게 줄어들어들었는데 이는 2~3년 뒤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내용이 일반 수요자에게 전파되면 심리적 불안감이 확산돼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 실수요자, 서민들은 대출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기에 이들은 주담대 정책 방향성에 따라 선택의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다. 이는 결국 기존 충분한 구매력을 가진이들이 또다시 좋은 기회를 맞는 양극화 상황으로 갈 수 있단 지적이다.
두 대표는 “지금 원자재값 상승, 건설임금 인상 등으로 분양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정부는 이 부분을 계속 압박해 누를 수 없는 상황”며 “신규 분양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주담대를 가계부채를 이유로 계속 누르면 최근 시장 회복이란 작은 잔치에서 서민들이나 2030세대들은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담대를 조이는 것은 정책당국으로선 불가피하지만 금리 인상, 대출 수요만 볼 게 아니라 악성여부, 연체율 등 대출 성격, 가계부채의 질이 안좋은 상황으로 가고 있단 걸 제시하면서 규제 필요성을 제시해야 한단 조언이다.
두 대표는 “전세대출 부분은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서울 등 주요지역은 전세가격이 매맷값과 동반 상승하면서 역전세가 희석돼 가고 있는데 DSR로 조이면서 전세를 제대로 얻을 수 없게 되면 그 수요들이 갈 곳이 없어지면서 시장에 주는 파장이 클 것”이라며 “전세 대출을 DSR에 포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전세시장은 실수요 시장이기에 시장에 주는 충격파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연한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