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보고서부터 “직원 역량 강화는 리더의 역할”
취임 일성으로 직원 ‘역량 강화’ 강조
엄격한 인사 평가 체제 구축 가능성

김영섭 KT 신임 대표이사 사장이 30일 경기 성남시 KT 본사에서 진행된 임직원과의 미팅에서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 = KT
김영섭 KT 신임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달 30일 경기 성남시 KT 본사에서 진행된 임직원과의 미팅에서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 = KT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매출 25조원 규모 KT그룹의 새 수장이 된 김영섭 대표의 취임과 동시에 KT 임원들의 부담감이 커졌다. 김 대표가 “그룹사의 숟가락 숫자까지 알아야 한다”고 하는 등 업무보고 과정에서부터 ‘책임 있는 리더십’을 주문하면서다. 그가 취임 일성으로 ‘역량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직원들도 긴장하고 있다. ‘레벨 테스트’ 도입 등으로 인한 까다로운 인사 평가 체제가 구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김 신임 대표는 지난달 30일 경기 성남시 KT 분당사옥에서 사내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취임식에서 향후 경영방향 키워드로 고객 가치, 본질적인 역량, 실질적인 성과, 화합 등 4가지를 강조했다.

특히 “역량과 실력이 중요하다.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가 돼야 한다”며 “고수가 되면 어디를 가도 인정받을 것이다. 저도 여러분도 고수가 돼야 하고 고수답게 화합하고 고수다운 방식으로 일을 해야한다”고 했다.

이같은 메시지로 인해 직원들 사이에선 일종의 ‘레벨 테스트’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 대표가 LG CNS 대표 시절 ‘기술역량 레벨 평가 제도’를 도입한 바 있기 때문이다. 기술역량 레벨 평가 제도는 외부 IT 전문가들이 낸 시험을 바탕으로 기술시험을 보고 각 업무 분야와 공통 역량을 종합 평가해 레벨 1~5까지 등급을 매기는 제도다. 이렇게 책정된 등급은 인사평가와 연봉에 반영됐다.

실제 김 대표는 취임 전 업무보고 과정에서 “KT는 나이 기준으로 역피라미드이지만, 실력을 기준으로 하면 피라미드 구조가 된다”며 “레벨 4~5는 절대 나가지 않는다. 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급여와 보상을 한다”며 역량 강화를 통한 피라미드 구조로 전환을 강조했다고 한다. 특히 “회사가 성장하면 핵심인재들이 늘어나는데 핵심인재 비중이 너무 커지면 안 된다”며 “교육받기 싫은 사람들은 시키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역량 레벨 테스트 도입 가능성에 대해 김 대표는 취임식에서 “전 회사는 IT 전문기업이고 성격이 다르다. 역량 테스트가 최종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목표가 아니다”며 “자타가 공인하는 고수가 있기 마련인데, 이들을 중심으로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거리를 뒀다.

대신 김 대표는 임기 내 임원 등 리더들에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지속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업무보고 과정에서 “리더의 1번 과제는 구성원들의 역량을 계속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일부 조직에 대해선 “그룹사 숟가락 숫자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한다. 리더들에게 높은 책임감을 요구한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