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유상감자 결의···어피너티 287억원 회수
중간회수 금액, 기투자 금액에 아직 못 미쳐
기업가치 회복이 급선무···CEO 선임으로 반전 노려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가 생활용품기업 락앤락을 두고 자금회수와 기업가치 높이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폭탄배당’에 이어 올해엔 유상감자를 통해 자금회수에 속도를 낸 데다 대표이사 교체도 단행한 것이다. 이 같은 행보로 어피니티가 ‘아픈 손가락’인 락앤락에서 성공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락앤락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유상감자를 결의했다. 감자비율은 13.69%이며 발행주식 수는 기존 5020만444주에서 유상감자 후 4332만6411주로 줄어든다. 유상감자에 따른 소각대금은 감자 대상 주식 1주당 현금 5819원 수준이다. 락앤락은 유상감자 배경에 대해 주주가치 제고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유상감자는 어피너티의 자금회수가 빨라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눈길을 끈다. 어피너티는 2017년 SPC(특수목적법인)인 컨슈머스트랭스(CONSUMER STRENGTH LIMITED)를 통해 락앤락 지분 63.56%를 주당 1만8000원에 63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인수 직후에는 이렇다 할 직접적인 회수 움직임이 없었다. 2017년과 2018년 결산 배당으로 각각 45억원, 28억원을 거둬들인 것이 전부였다. 대신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반복하며 지분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에 주력했다.  

그러다 인수 6년차인 지난해 10월 중간 배당 성격으로 대규모 배당에 나서며 자금회수에 시동을 걸었다. 당시 보통주 1주당 1653원을 배당키로 했는데 시가배당률로만 23% 수준이었다. 이를 통해 어피너티가 거둬들인 배당금만 578억원이었다. 이후 1주당 300원의 결산 배당까지 나서면서 104억원을 추가로 배당받았다. 지난해 락앤락이 15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배당 정책이었다.

어피너티는 이번 유상감자를 통해선 287억원의 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그동안 배당받은 금액을 합하면 1030억원이 넘는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계산된다. 다만 기투자액인 6300억원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데다 지난해 12월 375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 만기연장을 통해 금리가 기존 4%대에서 8%대로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본전 찾기는 아직 요원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이에 어피너티 입장에서는 락앤락 기업가치 높이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락앤락은 어피너티가 인수한 2017년 말만 하더라도 주가가 2만~3만원대였다. 그러나 투자 심리가 악화되면서 주가는 급전직하했고 전날 종가 기준 5830원까지 내린 상황이다. 어피너티가 주당 1만8000원에 락앤락을 인수했다는 점에서 실적 회복과 주가 부양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락앤락은 새로운 수장 선임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락앤락은 전날 신임 사장으로 이영상 전 투썸플레이스 대표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보르네오가구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후 AIG손해보험, 오비맥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쳤다. 2019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는 투썸플레이스 대표로 있었다. 특히 어피너티와는 오비맥주 시절 합을 맞춘 바 있다.

한편 락앤락은 실적 부진이 올해에도 지속되는 모습이다. 락앤락은 올해 상반기 2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었다. 매출 역시 지난해 2509억원에서 2320억원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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