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공백 ‘마침표’···“숫자 만드는 타협보단 본질강화”
“단기 외형성과에 매몰되지 않아야”

김영섭 신임 KT 대표이사 사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2023년 제2차 임시 주주총회'에서 취임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김영섭 신임 KT 대표이사 사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2023년 제2차 임시 주주총회'에서 취임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김영섭 KT 대표이사 공식 취임으로 수개월째 이어진 KT ‘경영공백’이 마침표를 찍게 됐다. 김 신임 대표는 취임 직후, ‘고객 가치’, ‘본질적인 역량’, ‘실질적인 성과’, ‘화합’ 등을 강조했다. 특히 ‘숫자 만들기’ 위해 적당히 타협하는 것과 ‘단기적인 외형 성과’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단 점을 강조하면서, 전임 대표 체제의 ‘허수영업’을 겨냥했다. 김 대표는 대대적인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에 앞서 ‘일감 몰아주기’와 ‘현대차 보은성 투자’ 등 혐의와 연관된 전·현직 경영진을 중심으로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KT는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2023년 제2차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김영섭 후보자의 CEO 선임안을 의결했다. 김 신임 대표는 약 2년 7개월간 KT그룹을 이끌게 됐다.

‘LG맨’에서 KT CEO직에 오른 김 대표(1959년생)는 경북대사대부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럭키금성상사(LG상사 전신·현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해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LG그룹 내 ‘재무통’이다. 그는 2015년말 LG CNS 대표로 취임한 후 실적 내리막을 걷던 부실 자회사를 대거 정리하고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했단 평가를 받는다.

◇ 김영섭, ‘고객·역량·실질·화합’ 등 강조

이날 김 대표는 경기 성남시 KT 분당사옥에서 사내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취임식에서 “지난 4주간 KT와 주요 그룹사의 경영진을 만나며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유무형 자산 외에도 인재, 대한민국 ICT 근간을 책임진다는 자부심 등 자산이 많은 기업이다. 분명한 지향점을 갖고 지속성장 기반을 건실하게 쌓아 가면 더 힘차고 빠르게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향후 경영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키워드로 고객 가치, 본질적인 역량, 실질적인 성과, 화합 등 4가지를 강조했다.

먼저 그는 “모든 업무에서 ‘고객’을 최우선으로 두고 차별화된 가치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빠르게 제공해야 한다”며 “고객의 니즈와 페인포인트에서 차별화된 역량을 찾아내고, ICT 경쟁력 제고와 함께 본업인 통신사업도 단단하게 만들어 가야한다”고 말했다.

역량과 관련해선 “고객이 원하는 혁신을 가장 잘 지원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높이고 통신 네트워크 안정 운용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KT의 성장 전략인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를 추구함에 있어서도 ICT의 본질적인 역량이 핵심이라며, 이를 위해 나이와 직급과 관계없이 뛰어난 역량이 있으면 핵심인재로 우대하겠다고도 발표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KT 사업의 근본인 통신과 ICT의 내실을 다지고, 이를 토대로 실질적인 성과를 추구해야 지속성장이 가능하단 점을 강조했다. 숫자를 만들기 위해 적당히 타협하기보다 사업 본질을 단단히 하고 미래 성장의 에너지를 쌓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구현모 전 대표 체제에서 줄곧 지적받아 온 ‘허수영업’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마지막으로 화합을 강조하면서 “리더가 단기적인 외형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분명한 지향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 역시 전임 대표 체제에서 지적받아 온 ‘실적 부풀리기’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실제 김 대표는 취임 전 업무보고 과정에서 "내가 취임했다고 성과가 좋아지거나 실적이 뻥튀기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며 "회사의 근본이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영섭 신임 KT 대표이사 사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2023년 제2차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해 주주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김영섭 신임 KT 대표이사 사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2023년 제2차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해 주주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 김 대표, 조직개편 준비 착수···‘족집게 인사’ 전망

이날 김 대표가 공식 취임함에 따라 KT그룹은 조직개편 준비에 착수할 전망이다. 현재 검찰이 KT 전·현직 경영진을 대상으로 ‘일감 몰아주기’와 ‘현대차 보은성 투자’ 혐의 등을 수사하고 있는 만큼, ‘족집게 인사’가 우선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 대상엔 김 대표 취임 전까지 대표이사직무대행을 맡은 박종욱 사장도 포함돼 있다. 다만 해당 인물들 외 김 대표의 경영구상이 반영된 대대적인 조직개편은 빨라야 오는 10월 이뤄질 전망이다.

이 가운데 이날 주총 현장에서 김 대표에 ‘이권 카르텔 타파’와 ‘현장과의 소통 강화’ 등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다.

KT새노조의 김미영 위원장은 “김 후보에 대해 우려가 큰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우려는 아니란 걸 보여주고 증명하면 될 일”이라며 “지금까지 드러난 편법, 탈법, 불법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KT는 잘못된 노후관리로 현장의 자정역할을 상실하고 소통 왜곡이 불신을 만들어내서 현장이 무너졌다”고 했다.

다만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박 사장은 “CEO가 적절하게 잘 받아들이셔서 적절한 시기에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고, 김 신임 대표는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주총에선 사내이사 선임, 경영계약서 승인,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의 건 등도 원안대로 의결했다. 신임 사내이사에는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 부사장이 선임됐다.

1967년생인 서 부사장은 성균관대 전자공학 학사와 석사를 졸업한 뒤, KT에서 30여년간 유·무선 네트워크에서 경력을 쌓았다. 강북네트워크운용단 무선운용센터장, 수도권무선네트워크운용단 강북무선네트워크운용담당을 거쳐 2013년 네트워크기술본부장(상무), 2015년 네트워크전략본부장(상무·전무)을 역임했다.

2019년 전남·전북광역본부장(전무)을 맡았고, 구현모 전 KT 대표 시절인 2021년 전국 통신장애 사고 수습을 담당한 ‘네트워크혁신TF장(전무)를 맡은 뒤, 같은해 말 임원인사를 통해 전임 이철규 부사장의 뒤를 이어 네트워크부문장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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