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은행, 주담대 금리 낮추고 50년 만기 상품 출시
은행 수익성 하락···주담대로 '양' 못늘리면 그룹 실적 '불투명'

부산 남구 문현금융로 BNK금융지주 사옥 / 사진=BNK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판매에 제동을 걸면서 BNK금융지주의 고민이 커졌다. BNK부산·경남은행은 주담대 판매를 크게 늘리기 위해 상품 금리를 인터넷은행보다 더 낮게 내리고 50년 만기 상품을 출시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올해 실적 부진에 빠진 BNK가 반전을 만들어내기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은행권이 주담대 등 여러 대출을 취급하면서 느슨해진 부분은 없는지 중점 점검하기로 했다.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난 원인으로 은행권의 주담대 급증으로 봤기 때문이다. 특히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이 제대로 취급되는지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당국이 나서자 BNK경남은행은 50년 주담대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14일 취급한 지 2주만인 오는 28일부터 판매를 안하기로 한 것이다. 경남은행은 연령대별 사용 목적 분석 및 연령 제한을 검토한 후에 판매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BNK부산은행도 이달부터 39세 이하 고객에게 50년 주담대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잠정 보류하며 상품 출시를 재검토중이다.

BNK는 난처한 분위기다. 올해 실적 부진의 반전 카드 중 하나가 은행 계열사의 주담대 확대인데 당국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는 지방은행이 주담대를 늘리는데 있어 유리한 조건이 마련됐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초 지방은행에 가해지는 중소기업 대출 비율 60% 규제를 50%로 완화해줬다. 여기에 2분기 들어 그간 침체됐던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부산·경남은행은 이를 기회삼아 주담대를 대거 늘리기 위해 금리를 크게 내렸다. 지난달 19일 기준으로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 상품 중 금리가 가장 낮은 곳은 경남은행(3.89%)이었다. 부산은행도 연 4.19%로 세 번째로 낮은 금리를 기록한 바 있다. 그간 공격적인 주담대 영업에 나섰던 인터넷은행보다도 낮은 금리를 책정한 것이다. 이달 들어서는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도 내놓았다.  

BNK금융의 당기순익은 4602억원(지배지분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9% 크게 줄었다. 실적 감소의 핵심 원인은 비은행 계열사 때문이다. 최대 비은행 계열사인 BNK캐피탈의 상반기 순익 71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0% 급감했다. BNK투자증권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상반기 순익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0% 줄어든 188억원을 기록했다. 은행 계열사들의 순익이 늘었기에 그나마 감소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은행 계열사도 앞으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익성이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경남은행의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성(NIM)은 지난해 4분기대비 각각 0.32%포인트, 0.15%포인트 내려갔다. 그 결과 부산·경남은행의 2분기 순익은 직전 분기와 비교해서는 감소했다. 

수익성이 감소하면 대출자산의 양을 늘려야 하는데 주담대 규제로 양적 성장이 더 어려워졌다. 부산·경남은행은 올해 상반기 NIM에 이어 대출자산 성장세도 꺾였다. 부산은행은 상반기 동안 원화대출금 잔액이 4.2%(2조2842억원) 늘었다. 작년 동기(5.2%, 2조6339억원) 대비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했다. 경남은행도 상반기 2.7%(9912억원) 늘면서 작년 동기 대비 0.8%포인트 떨어졌다. 주력 사업인 중소기업 대출을 부실 우려 때문에 늘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담대 외엔 대출자산 성장세를 끌어올릴 방법이 사실상 없다. 

더구나 경남은행의 경우 최근 각종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은행 신뢰에 타격을 입어 영업환경이 더 어려워진 점도 걱정거리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 경남은행의 한 직원은 2007년부터 약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담당하며 562억원을 횡령·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달 19일에는 금감원이 경남은행에서 불법 차명거래와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금융거래 설명 확인 의무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하반기에 BNK금융의 비이자이익이 늘어날 것이 기대되는 점은 긍정적이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이자이익은 지난해 하반기 크게 감소했기에 올 하반기는 기저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또 주식·채권시장 자산가격 회복에 비이자이익(+15.3%yoy)이 늘어나면서 올해 BNK금융의 지배주주순이익이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자료=BNK금융지주,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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