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 STX와 ‘해운물류사’ STX그린로지스로 인적분할
이수스페셜티케미컬처럼 인적분할 후 주가 급등 기대↑
STX, 금양처럼 2차 전지 관련 해외자원 사업 강화 중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STX를 상사부문과 해운물류부문으로 인적분할하는 안건이 임시주주총회를 통과한 이후 STX 주가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앞서 이수화학은 전고체 전지소재 사업을 이수스페셜티케미컬로 인적분할하고 지난 5월말 재상장했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주가는 분할 전 대비 최대 10배까지 치솟았는데 이 같은 주가 급등 현상이 STX에서도 재현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STX 해운물류 사업을 인적분할한 것으로 놓고 최대주주인 중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APC PE가 투자금 회수를 고려한 ‘큰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 STX, 이수스페셜티케미컬·금양 주가 급등 재현?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TX 주가는 지난 16일부터 급등세를 타고 있다.

STX 주가는 16일과 21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5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14일 1만5830원이었던 STX 주가는 이날 3만25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일주일에 2배가 된 셈이다.

STX는 에너지, 원자재 수출입, 기계·엔진, 해운·물류 등 4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자회사로 STX마린서비스(선박관리, 해양서비스), STX리조트(리조트, 단체급식), 피케이밸브앤엔지니어링(밸브제조), STX바이오 등을 거느리고 있다.

STX는 지난 16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해운물류 사업을 신설법인 ‘STX그린로지스’로 인적분할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존속법인 STX는 에너지, 원자재 수출입, 기계·엔진 등 기존 상사부문을 영위한다. STX그린로지스는 오는 9월 1일 설립등기를 완료할 예정이다.

STX 대 STX그린로지스 분할 비율은 0.767393 대 0.232607이다. 인적분할이기에 기존 STX 주주들은 두 회사에 대해 같은 지분율을 보유하게 된다.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는 STX 주식매매가 정지되고 다음달 13일 STX와 STX그린로지스로 나뉘어 재상장할 예정이다.

이후 제3자 선박관리사업을 하고 있는 자회사인 STX마린서비스가 STX그린로지스 산하로 이동해 통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STX는 지난 5월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STX마린서비스의 지분 매각 건을 결의한 바 있다.

이번 인적분할로 STX는 회사별로 사업이 전문화되고 고도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데 이 같은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사업 전문화를 위해 전고체 전지소재 사업을 이수화학에서 인적분할한 이수스페셜티케미컬과 STX 분할 재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 비슷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5월 31일 상장한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상장일부터 11거래일 연속 급등했으며 상한가만 4번을 기록했다. 이수화학의 인적분할 전 마지막 거래일인 4월 26일 종가는 4만1500원이었는데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주가는 6월 19일 43만65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STX의 경우 인적분할 이후 신설법인 STX그린로지스보다 기존 존속법인 STX가 투자자들로부터 더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물류 업종은 업황이 하강하고 있지만 금양처럼 2차전지 관련 자원 기업들은 국내 증시를 달구고 있기 때문이다.

STX는 올해 들어 2차전지 부문 자원사업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B2B 트레이딩 플랫폼 ‘트롤리고’를 통해 온라인 원자재·산업재 트레이딩 시장 구축에 나섰으며 지난 4월에는 인도네시아 현지 합작사를 설립하고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지역 니켈 광산 지분 20%도 인수했다. 이어 6월에는 중국 리튬 생산업체 ‘영정리튬전지’와 리튬 생산 및 판매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업무협약(MOU)도 체결한 상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APC PE, 투자회수 큰그림일까

일각에서는 이번 인적분할 배경에 최대주주인 중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APC PE의 투자금 회수 플랜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STX그룹은 과거 쌍용그룹 출신의 강덕수 전 회장이 이끌었지만 그룹은 공중분해됐고 2014년 산업은행 산하로 편입됐다. 이후 STX는 채권단 관리를 거쳐 2018년 APC PE에 인수됐다. APC PE는 STX 지분 86.28%를 사들였는데 이후 블록딜 등으로 지분을 줄여왔고 6월말 기준 지분율은 51.44%다.

APC PE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STX의 재무구조를 개선했고 금속·철강·석탄·석유화학을 다루는 종합상사로 사업구조를 개편했다.

APC PE는 2020년부터 해운사 인수전에 참여하며 해운물류 분야에서도 사업재편을 시도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 2020년 9월에는 STX 컨소시엄을 꾸려 흥아해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결국 인수가 불발됐고 그해 한진중공업 인수전에는 탈락했다. 지난해 폴라리스쉬핑 2대주주 지분 인수전에서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결국 최종적으로 딜은 무산됐다.

APC PE가 인수한 이후 STX 실적은 들쑥날쑥한 편이다.

STX는 지난 2019년 연결기준 매출 1조4637억원, 영업이익 27억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매출 9756억원, 영업손실 5억원을 냈으나 2021년에는 다시 매출 9255억원, 영업이익 90억원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이 1조1886억원, 영업손실 20억원을 내며 적자로 다시 전환됐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5038억원, 영업손실 17억원으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STX 주가 역시 올해 3월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하기 이전까지 지지부진했다. 이번에 STX가 해운물류 사업을 STX그린로지스로 인적분할한 것을 놓고 APC PE가 분할 매각 등 한층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