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 과정서 ‘불완전이행’ 근거 답변 제출
5G 광고 표기 속도, 유동인구 적은 일부 지역서 7분여간 측정·발표

이미지 = 정승아 디자이너
이미지 = 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공정거래위원회 5G 과장광고 조사 과정에서, 실생활환경에서 ‘20Gbps’ 속도를 측정한 바가 없음에도 ‘LTE 대비 20배 빠른 5G’란 광고를 했단 점을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 짧은 시간 측정한 결과값을 기준으로 ‘경쟁사 대비 빠른 속도’를 광고한 점도 확인됐다. 현재 5G 가입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통신3사의 채무불이행을 주장 중인 만큼, 이같은 통신3사의 답변은 향후 재판 결과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22일 공정위가 통신3사의 표시광고법 위반을 판단한 증거자료 및 통신3사에 대한 과징금 처분 내용이 담긴 의결서를 보면 SK텔레콤은 공정위가 ‘5G 상용화 이후부터 현재까지 실생활환경에서 5G 서비스의 속도가 20Gbps로 측정된 내역’을 요구하자, “실생활환경에서 20Gbps로 측정된 내역은 없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질문에 KT는 “20Gbps는 5G가 목표로 하는 최고속도를 의미한다. 5G는 이론상 최대 20Gbps까지 달성할 수 있는 기술로 현재는 20Gbps 속도 구현을 목표로 꾸준히 정진하는 단계”라고 답했고, LG유플러스는 “LG유플러스가 할당받은 제한된 대역폭 조건하의 실사용환경에서 5G 서비스 속도가 20Gbps로 측정된 바는 없다”고 한 것으로 확인됐다.

◇ SKT, 5G 기지국 근처서 속도 측정·발표···KT, 유동인구 적은 시간대 ‘7분’ 측정

통신3사가 2017년 또는 2018년부터 2020년 9월까지 회사의 5G 서비스 속도가 20Gbps로 LTE보다 20배 빠른 것처럼 광고했는데, 실제 20Gbps 속도를 측정한 바 없이 과장광고 했단 점을 인정한 셈이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20Gbps 또는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는 5G 기술 자체의 핵심성능지표일 뿐 피심인이 제공하는 5G 서비스의 실제 속도로 볼 수 없다”며 “피심인 스스로도 광고 당시부터 현재까지 자신의 5G 서비스 속도에 대해 실사용환경에서 20Gbps로 측정된 바가 전혀 없음을 인정한 바 있다”며 통신3사의 표시광고법 위반을 지적했다.

SK텔레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5G 과장광고 관련 조사 과정에 제출한 5G 속도 측정 관련 자료 /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SK텔레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5G 과장광고 관련 조사 과정에 제출한 5G 속도 측정 관련 자료 /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또 공정위는 통신3사가 객관적 근거 없이 5G 서비스 속도가 경쟁사보다 빠르다고 광고한 점도 문제 삼았는데, SK텔레콤의 경우 5G 기지국과 가까운 장소 8곳을 골라 서비스 속도를 측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SK텔레콤은 홍대입구역 9번 출구(마포구 동교동)와 가로수길 모드패션 앞(강남구 신사동) 단 2곳에서 5G 서비스를 측정했는데, 해당 위치는 모두 5G 기지국 인근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KT는 전국 11개 장소에서의 5G 서비스 속도를 표시한 포스터 광고를 실시했는데, 서울은 송파구 종합운동장역 5번 출구 앞과 홍익대에서 각각 7분과 13분간 10회 속도를 측정한 결과를 근거로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출·퇴근 시간과 같이 유동인구가 많은 시간대는 피해 속도를 측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KT가 공정거래위원회의 5G 과장광고 관련 조사 과정에 제출한 5G 속도 측정 관련 자료 /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KT가 공정거래위원회의 5G 과장광고 관련 조사 과정에 제출한 5G 속도 측정 관련 자료 /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이에 공정위 관계자는 “피심인이 속도를 측정한 장소를 선정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당 장소가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장소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또한 피심인이 기재한 속도는 특정한 지점 및 시간에서 10회 속도를 측정한 결과를 평균한 값”이라며 “그러나 출·퇴근시간과 같이 인구가 밀집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속도가 저하되는 등 같은 장소라도 시간대별로 속도는 다를 수 있고, 같은 장소에서 어느 지점에서 어느 방향으로 측정하느냐에 따라서도 속도가 다를 수 있단 점을 고려하면 피심인의 측정 결과가 해당 장소에서의 속도조차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LG유플러스의 경우 측정조건을 전혀 기재하지 않거나 일부만 기재했고, 측정된 속도는 측정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단 사실도 기재하지 않은 채 마치 일부 매체의 기사가 회사의 5G 서비스가 가장 빠르단 것을 입증하는 근거인 것처럼 광고했다.

◇ 5G 소송대리인 “통신사, 불완전이행 인정한 셈”···통신3사 “의결서 검토 중”

이 가운데 앞서 공정위는 지난 17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의결서를 관련 소비자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발송했다.

5G 소비자들의 법률 대리인들이 그간 재판에서 통신3사의 채무불이행과 불완전 이행을 주장해 온 상황에서, 공정위 의결서에 담긴 증거자료들이 재판 결과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3사가 스스로 불완전 이행과 채무불이행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5G 집단소송 법률대리를 맡은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우리가 불완전 이행을 주장했는데, 통신3사가 28㎓ 대역을 활용하더라도 이론상 최고 속도는 6.97Gbps에 불과해 20Gbps 구현은 불가능하단 것을 확인해준 것이라 이행 불능의 근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정적으로 통신3사가 당시 인프라로는 이론상 속도인 20Gbps를 구현할 수 없다고 답한 것을 보면, 당시 기술적으로 해당 속도 구현이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광고에) 그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단 점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통신3사는 공정위 의결서 내용을 검토 중이라며, 현재로서 행정소송 제기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단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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