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랩스, 바이오 실험 핵심 프로세스인 '액체 핸들링 자동화 로봇' 개발·상용화 중
"자동화, 데이터 신뢰성 증가해···바이오 산업 발전에 따라 함께 발전하는 사업 될 것"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제약·바이오 업계 실험 과정에서 인력이 아닌 로봇과 AI 등을 활용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액체를 다루는 작업을 로봇이 수행하거나 실험 동물의 행동 분석을 AI가 맡는 식이다.
11일 에이블랩스는 바이오 실험의 핵심 프로세스인 액체 핸들링을 자동화하는 로봇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흔히 스포이드라 알고 있는 파이펫으로 시약을 검체로 옮기는 작업인 파이펫팅 등이 액체 핸들링에 포함된다. 바이오 실험 핵심 공정인 액체 핸들링은 연구개발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전세계에서 액체 핸들링은 90% 이상 연구원의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방식은 연구자 간 차이로 인해 재현성이 감소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또한 연구원을 잠재적인 오염 및 유해 물질에 노출시킬 수 있으며, 반복 작업으로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
이에 에이블랩스는 바이오 실험에서 액체 핸들링을 자동화할 수 있는 로봇의 개발과 상용화를 진행중이라는 설명이다. 액체 핸들링 로봇은 연구자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연구 결과의 신뢰도까지 올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신상 에이블랩스 대표는 “과학에서는 재현성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연구자들이 손으로 직접 액체 핸들링을 수행한다면, 검사자에 따라 재현율이 다른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액체 핸들링 자동화 로봇을 통해 연구 결과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스포이드 등을 이용해 한 방울씩 떨어트려 분석하는 등 액체류를 다루는 시간이 전체 과정의 30~50%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며 “자동화 로봇을 통해 단순, 반복 자동화로 처리한다면 소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연구 효율성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대표에 따르면 국내에는 관련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는 기업이 아직 없다. 전세계적으로는 해밀턴, 퍼킨엘머, 테칸 등의 해외 기업이 글로벌 대형 제약사를 겨냥한 고가·고성능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 액체 핸들링 로봇은 크기가 크고, 평균 1억 원 이상의 고가라 국내 대학 및 연구기관 등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에이블랩스는 가격 경쟁력이 있고, 사용자 친화적인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 에이블랩스의 액체 핸들링 로봇 ‘노터블’은 시약을 정량으로 여러 곳에 나누어 자동으로 내보낸다. 미세한 압력 감지 센서가 용액을 빨아들이고, 내보내는 속도를 조절한다.
경쟁사보다 5배 이상 저렴한 비용 등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또한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며, 사용자 친화성도 높였다. 어느 타이밍에 시약을 주입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바이오 실험 특성을 고려해 기계 세팅을 과정마다 사용자가 바꿀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에이블랩스는 웹 기반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해 사용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대량생산을 위한 설계 최적화를 통해 약 50%의 제품 마진율을 확보했다. 지난해 12월 두 번째 pre-A 투자까지 완료했다.
신 대표는 “실험실 자동화 글로벌 시장은 오는 2027년까지 80억 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특히 에이블랩스의 제품은 기존에는 시장에 편입되기 어려웠던 학계까지 모두 잠재 고객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시장 잠재력이 높다”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을 고객으로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액체 핸들링 자동화 기술과 산업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실험실에서 시료나 검체 분석 등은 다 액체를 다루는 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험 과정의 자동화는 이전부터 발전해오던 영역”이라며 기대를 전했다.
또 다른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액체 핸들링을 하는 자동화 로봇은 이미 존재하지만, 로봇이 파이펫팅을 하려면 실험 양이 많아야 하는만큼 소규모 실험에서는 아직 잘 활용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금력이 충분하고 실험 양이 많다면 사람이 하는 것보다 효과나 정량적인 면에서 로봇이 하는 게 훨씬 좋을 것”이라며 “인 비보(in-vivo) 테스트 등에서 파이펫팅등을 자동화하면 데이터 신뢰성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약물 스크리닝 과정에서도 자동화 로봇을 사용한다면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며 “제약·바이오 산업에 따라 함께 뒤따라 발전하는 산업으로, 사업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다만 보류 의견을 낸 관계자도 있었다. 그는 “현재 관련 과정은 사람이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검체 등의 핸들링 시 이론적으로는 재현성을 높일 수 있겠지만, 어떤 로봇이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에 따라 다를 것”이라며 중립적인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