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계열사 부진·인터넷은행 공세···실적부담↑
'비이자이익 늘리자'···KPI에 증권계좌 개설 항목 넣어

대구 옥산로 DGB대구은행 본점 / 사진=DGB대구은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DGB대구은행 직원들이 고객 동의 없이 증권계좌를 개설한 사건은 은행이 처한 위기로부터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그룹 비은행 계열사들의 부진과 인터넷은행의 거센 공세로 실적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직원들에게 영업 압박을 심하게 가한 탓에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는 관측이다. 

금융감독원은 대구은행이 고객 동의 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임의로 추가 개설했다는 소비자의 민원을 받고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고 10일 밝혔다. 대구은행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은행 입출금통장과 연계해 다수의 증권회사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일부 직원들이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늘리기 위해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대구은행 일부 지점은 한 개의 증권계좌를 개설한 고객을 대상으로 고객 동의 없이 다른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했다. 고객이 실제로 영업점에서 작성한 A증권사 계좌 개설신청서를 복사한 후, 이를 수정해 B증권사 계좌를 임의로 개설하는데 활용한 것이다. 또 무단으로 계좌를 개설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좌개설 안내문자(SMS)를 차단하는 방식 등도 동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부당한 방식으로 만들어 낸 증권계좌는 작년 한 해 동안 10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히 검사한 후 드러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 엄정히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선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는 반응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은 모든 금융 거래가 모바일 앱에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에 불법으로 계좌를 만들려는 시도를 한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구은행의 실적 부담이 커지면서 이번 사단이 벌어졌단 관측이 나온다. 문제가 된 이번 서비스는 대구은행이 증권사들과 계약을 맺고 개설된 연계 증권계좌 당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대구은행이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사업이다. 대구은행은 해당 실적을 확대하기 위해 증권계좌 개설 수를 직원 핵심성과지표(KPI)의 항목으로 넣었다. 카카오뱅크도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수수료수익을 얻고 있다. 

지난해 대구은행은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들의 부진이 이어진 탓에 이익을 최대한 늘려야 했다. 대구은행의 실적이 늘지 않으면 그룹 전체 순익이 대폭 깎일 상황이었다. 더구나 모기업인 DGB금융지주는 지난해 실적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늘리기까지 했다. 이 모든 짐을 대구은행이 짊어져야했던 것이다. 

더구나 대구은행은 인터넷은행의 공세를 더욱 거세게 받았다. 인터넷은행은 지방은행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다. 지난해엔 카카오뱅크 뿐만 아니라 케이·토스뱅크도 예금과 대출자산을 대폭 늘렸다.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영업구조가 한계에 부딪친 것이다. 하지만 계속 비중을 늘려야했던 비이자이익은 증시 부진의 영향으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이에 대구은행은 비이자이익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행원들에게 계좌개설 영업 압박을 강하게 건 것으로 풀이된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다자이너

더불어 해당 사건이 벌어진 이후 대구은행이 소극적인 조취를 취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점도 실적 압박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구은행은 고객 민원을 받고 사건을 인지했지만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영업점들에 공문을 보내 불건전 영업행위를 예방하라고 안내하는 데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은 신속히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따져 묻겠단 입장이다.  

대구은행이 금감원에 보고하는 것을 꺼렸단 의심을 받는 이유는 시중은행 전환 심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국구 은행으로 탈바꿈하기로 했다. 수도권 뿐만 아니라 충청, 강원 지역에서 고객을 늘려 성장을 꿰하겠단 전략이다. 오는 9월에 금융당국의 심사가 진행되는데, 부정적인 사건으로 통과하지 못하면 대구은행의 전략은 큰 차질을 빚게 된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검사부가 이번 사건을 인지한 후 바로 정상적인 내부통제 절차에 따라 진행했으며 의도적으로 보고를 지연하거나 은폐한 적은 전혀 없다”라며 “정도경영에 위배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향후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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