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2971억원 유입···해외주식형 펀드 자금 유출과 대조적
중국 대체 생산지로 부각···연 6%대 성장 기대감도 반영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올해 하반기 들어 해외 주식 펀드에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인도에 투자하는 펀드에는 자금 유입세가 지속되고 있어 주목된다. 같은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중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도 대조적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중 패권 전쟁 등으로 인도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인도 펀드 27곳에 올 들어 이달 9일까지 총 2971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최근 3개월과 1개월 기준으로도 각각 490억원, 241억원의 자금이 인도 펀드로 들어갔다. 이 기간 기준으로 설정 자금의 순유출 없이 순유입이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해외 주식형 펀드에 최근 들어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해외 주식형 펀드는 올 들어 77억원의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집계되지만 최근 1개월 기준으로는 5245억원의 자금이 빠졌다. 올해 하반기 들어서면서부터 자금 유출세가 강해졌다는 의미다. 

자료=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 / 표=김은실 디자이너.
자료=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 / 표=김은실 디자이너.

여기에 인도와 비슷한 신흥국인 중국에서 자금 유출이 눈에 띄었는데 최근 한 달 동안에만 3138억원의 설정액이 감소했다. 올해 초 중국의 리오프닝(경기재개)에 따른 경제 회복 기대감에 자금이 몰렸었지만 기대감이 다소 가라앉으면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간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연초 이후 기준으로는 여전히 2358억원 순유입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 펀드에 이같은 자금이 몰리는 배경에는 중국을 대신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인 갈등이 경제 분야로 번지면서 중국 진출 공장을 인접 국가로 이전하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이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사례로 아이폰 위탁 생산업체인 대만의 폭스콘은 9000억원을 투자해 중국에서 인도로 공장을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맞물려 인도의 경제 성장 기대감도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은 인도가 2031년 3월까지 연평균 6.7%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성장세다. S&P글로벌은 인도의 제조업 및 서비스 수출과 소비자 수요의 증가가 지속되리라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인도 펀드의 평균적인 수익률은 다른 지역 대비 아쉬운 모습이다. 인도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2.34%다. 최근 3개월과 1개월 기준으로는 각각 8.58%, 1.48%의 평균 수익률을 냈다. 이는 같은 신흥국이자 니어쇼어링 경쟁국으로 분류되는 베트남 펀드가 연초 이후 20.88%, 3개월 13.71%, 1개월 8.14% 수익률을 낸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개별 펀드로 살펴보면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성과가 좋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인도중소형포커스’ 펀드는 최근 3개월 동안 17%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해 인도 펀드 중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2015년 9월 설정된 이 펀드는 인도의 저평가된 중소형주를 발굴해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어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인도중소형FOCUS’ 펀드도 1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최근 인도 증시 상승세 배경에는 중국에서 빠져나온 자금들이 유입되는 수급적인 영향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기대만큼 인도 증시에 상장한 기업들의 이익 성장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증시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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