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주장하며 총파업···공정위 현장조사 물리적 방해
검찰 “사업자단체가 부당공동행위 조사 방해···조합원들 경제적 독립성 갖춰”
화물연대 “노동3권 보장받는 노동자단체···특수고용노동자 현실 외면한 기소”

/ 사진=연합뉴스
화물연대 트럭.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검찰이 지난해 총파업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를 방해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를 재판에 넘겼다.

화물연대가 노동3권을 보장받는 노동자단체인지, 부당공동행위가 제한되는 사업자단체인지가 향후 법적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전날 화물연대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화물연대는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2일, 5일, 6일 총 3차례에 걸쳐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화물연대 사무실과 부산지역본부 사무실에 대한 부당공동행위 현장 조사에서 조사공무원들의 사무실 진입을 저지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총파업 과정에서 소속 사업자에게 파업 동참을 강요하거나 파업 미참여자에게 운송 활동을 방해했다고 보고, 이 같은 행위가 사실이라면 부당 공동행위 금지 등 공정거래법 위반을 적용하려 했었다. 하지만 화물연대 측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사무실 진압에 실패했다.

이후 공정위는 “조직 차원에서 (조사 거부·방해가) 결정·실행됐으며 이에 따라 공정위의 원활한 조사 진행이 방해됐다”라며 화물연대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검찰은 ‘사업자단체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조사하려는 공정위 직원의 사무실 진입을 저지해 조사를 방해하면 징역 3년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공정거래법 규정을 적용해 화물연대를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은 공정위 단계부터 화물연대의 조직 성격을 ‘노동조합’으로 볼지 ‘사업자단체’로 볼지가 쟁점이었다. 화물연대는 자신들이 근로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으로 헌법상 노동3권이 보장되고, 공정위 조사가 위법·부당해 조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검찰은 화물연대 조합원 대부분이 개인사업자로서 지입(기사가 차를 실소유하면서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차량을 회사에 소속시키는 것) 형태로 운송회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하는 등 ‘경제적 독립성’이 있다고 간주하고 사업자단체로 판단했다. 화물연대가 노동조합법상 설립 신고증을 교부받지도 않았고, 단체행동과 관련된 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아 노동조합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판단의 배경이 됐다.

그러나 검찰의 이 같은 판단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현실과 법원의 판례 추세를 외면한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업무위탁계약 등에 의해 노무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 등의 형태로 대가를 받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2003년 노사정위원회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보험설계사, 대리운전기사, 학습지 교사, 대출모집인, 텔레마케터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의 화물운송시장 동향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연간 화물운송시장의 지입차주는 65.4%를 차지했다. 일반화물 운송시장은 지입차주가 조사차주의 91.5%에 달했다. 노동계가 지입차주들을 특수고용노동자의 범주에 포함하는 이유다.

지입차주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례도 늘어나고 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계약의 형식이 아닌 ‘실질’에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다면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있다. 검찰의 논리를 그대로 인용하더라도, 화물연대 조합원 대부분이 지입형태로 운송회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근로자성을 전면 부인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공정위가 특수고용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심사 지침’(특고지침)을 두고 있는 점도 논란을 키웠다. 2007년 만들어진 특고지침은 특수고용노동자를 ‘영세한 자영업자’로 보고 부당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불공정 거래 행위의 기준을 규정한 공정거래법 하위 규정이다. 그동안 캐디·레미콘 기사 등 6개 업종에만 적용됐다가, 지난해 7월부터는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해진 수출입 컨테이너·시멘트·철강재·위험물질·자동차·곡물 등 품목을 운송하는 화물차주도 특고지침 적용 대상이 됐다.

화물연대는 성명을 통해 “검찰 기소는 노동자성을 확대하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고, 다른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반노동 정부에 발맞춘 권력 남용이다”고 비판했다.

한편 화물연대는 지난해 11월 안전운임제 확대 등 화물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안전운임제는 2020년부터 “화물차주에 대한 적정한 운임의 보장을 통하여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는 등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시행됐다가, 올해 1월1일 일몰제가 적용으로 폐지됐다. 이후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 성격의 ‘표준운임제’가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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