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고속도로 확장 노선 특혜 의혹, LH 철근 누락 이슈까지 겹치며 묻혀
분양권 거래량 늘어나는데···실거주 의무 폐지 미뤄지면 전매제한 완화 무의미

지난달 말 열린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말 열린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부동산 규제 완화법 중 하나인 실거주 의무 폐지가 수개월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올해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및 실거주 의무 폐지 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상반기 중 관련 작업을 마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연내 통과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라고 입을 모은다.

1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6월 서울에서만 아파트 분양권·입주권은 85건의 손바뀜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초인 2월 12건에 견주어보면 넉 달 새 608%나 급증한 수준이다.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거래량은 2월(12건), 3월(26건), 4월(56건), 5월(80건), 6월(85건) 등으로 올해 초부터 꾸준히 급증세를 보여왔다. 7월은 51건으로 집계됐으나 실거래 신고 기한이 이달 말일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전달 역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매제한 완화와 패키지로 묶이는 실거주 의무 폐지가 여전하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전매제한 완화로 분양권을 거래할 수는 있어도 실거주 의무 폐지가 지금과 같이 여전히 남아있는 한 무용지물이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분양권 시장이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제도개선 효과를 볼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일례로 단군이래 최대 규모 재건축으로 불리는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이 있는 서울 강동구는 과밀억제권역으로, 시행령 개정에 따라 전매제한 기한이 기존 8년에서 1년으로 대폭 줄었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12월 분양을 했기 때문에 올해 12월부터는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진다. 또한 해당 사업장은 분양 시점 당시 분양가상한제 지역이었기 때문에 실거주 의무 2년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러다 보니 올해 12월 이후 분양권을 사더라도 그 전에 실거주 의무 폐지가 사라지지 않으면 분양권을 판 사람은 현행법을 위반한 게 된다. 비슷한 시기 분양에 나선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도 전매제한은 풀리지만 살 수는 없는 상태이긴 마찬가지다.

문제는 국회에서 통과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와 국회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달에도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가 예정돼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쟁에 밀려 부동산 민생 법안인 실거주 의무 폐지가 논의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이슈 등에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 말만 믿고 내집마련을 위해 분양권을 거래한 이들만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낼 수 있다.

정부는 실거주 의무 폐지를 위한 주택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여당 측 상임위원 조차 관련법 통과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회 국토위 여당 측 한 보좌진은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면 전세 물량이 늘고 임차인의 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 갭투자를 유발한다는 부작용도 있다”며 “갭투자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면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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