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는 매각 안한다"···산은, '2대주주' 될 가능성
자금투입 늘리기 위해 신주 가치 최대한 올려···'매각의지'
KDB생명 정상화되면 엑시트 시 이익 거둘 수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 사진=산업은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매각을 앞둔 KDB생명이 최근 유상증자를 단행해 금융권의 관심이 모인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새로 발행될 주식은 매각 대상이 아니기에 이번 증자로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금융지주의 부담이 줄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산은이 매각을 위해 손실을 각오하면서 이번 증자를 결정했단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산은이 지분을 계속 보유하다가 향후 KDB생명이 정상화되면 지분 처분으로 대규모 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은 최근 이사회에서 142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증자를 실시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주당 6196원에 2300만주의 신주를 발행할 계획이다. KDB생명은 최근 주식 수를 줄이는 무상감자를 시행했기에 이번 증자로 기존 주식(2371만6240주)과 비슷한 규모로 신주가 발행되는 셈이다. 

산은은 이번에 발행하는 신주는 매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존 주식 가운데 산은이 보유한 92.73%를 매각한다는 것이다. 산은의 설명대로라면 KDB생명의 새 주인의 지분율(47%)은 산은(46%)과 거의 비슷하게 된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이번 증자로 발행될 2300만주 중 92.73%를 산은이 가질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에 새 주인은 인수 직후 대규모 증자를 할 가능성이 크다.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늘어나 자칫 혼란스러워질 수 있는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KDB생명은 자본건전성이 크게 낮기 때문에 추가 자본투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KDB생명의 새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경과조치를 적용해도 101.5%에 머물렀다.   

업계에선 산은의 이번 증자 결정은 매각을 반드시 성사시키기 위해 손실을 감수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KDB생명이 정상화될 수 있을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원매자 입장에선 당분간 신주를 사들이지 않아도 되고 자본의 질도 개선되기에 인수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더구나 증자에 참여해 더 많은 자금을 넣기 위해 주식 가치를 더 높이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이번 증자로 발행될 주식의 가격은 경제적가치(AV)로 산출했다. AV는 보험사의 내재가치(EV)에 미래에 얻을 가능성이 있는 보험계약의 가치를 더한 값이다. 이 방식으로 주식 가격을 산출하면 EV만 고려한 값보다 더 올라간다. 

국내 보험사의 가치는 지금껏 주로 EV로 매겨진 반면 AV가 인정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아직 성사되지 않은 미래 보험계약의 가치를 추산해야 하는 만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가치평가 이론 상 이를 보험사 가치에 포함시킬 만한 근거는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만큼 산은이 이번 증자에 주식수를 늘리지 않으면서 더 많은 자금을 넣기 위한 노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한 이후 경영 정상화가 빠르게 이뤄지면 산은이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선 금융권 ‘큰손’인 하나금융이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하면 KDB생명의 정상화도 이른 시간 안에 가능할 것으로 본다. 자본건전성이 개선되고 적극적인 영업을 통해 이익 계약을 늘려간다면 그만큼 기업 가치도 올라간다. 산은이 보유 주식을 매각할 경우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산은이 그간 KDB생명에 쏟아부은 돈은 1조원이 넘는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최대한 이익을 얻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산은은 현재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한화에 넘긴 이후에도 약 28%의 지분을 보유해 2대 주주로 있다. 산은은 이 지분을 매각해 최대한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을 넘길 당시 ‘헐값매각’이란 비판에 대한 산은의 대응 논리도 '기존 지분을 들고 있기에 향후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산은 관계자는 “신주를 어떻게 할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라며 “향후 KDB생명 인수가 마무리 되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KDB생명,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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