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규모 및 영향력 커지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횡령 사고 가능성 관심
"잠재적 위험 있는 만큼 대비 강화" vs "소비자금융에 쏠린 인터넷은행 특성상 발생 가능성 낮아"
장기간 걸쳐 발생하는 횡령사고 특성 고려하면 장기근무자 순환 인사 시행 여부가 가늠 변수로 부상
내부순환근무 만병통치약 아니나 최소한 내부통제 갖췄다는 방증···다른 방식 금융사고 충분히 발생할 수 있어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해마다 터지는 대형 횡령 사고로 시중은행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매년 시장 규모와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횡령 사고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잠재적 위험이 있는 만큼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현재까지 횡령 사고가 기업금융 부문에서 발생했다는 점과 소비자금융에 집중된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 특성을 고려하면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나온다. 무엇보다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는 횡령 사고 특성상 특정 부서 장기근무자에 대한 순환 인사 시행 여부가 사고 가능성을 가늠할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직무 분리 규제에 대한 실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초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하자 그해 11월 은행권과 함께 전방위적 대책을 담은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마련했다. 장기근무자에 대한 순환근무 의무를 강화하고 사고발생 고위험 업무에 대해 여러 인력을 투입하는 직무분리 제도를 구체화하는 것이 골자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같은 세부적인 사고예방 조치를 법령에 일일이 넣을 수 없다고 판단해 각 은행의 내규에 반영하기로 했고 법적 강제성이 없는 만큼 내규 이행에 대한 점검을 당국이 직접 실시하기로 했다. 이 같은 당국의 조치 배경에는 각종 횡령 사고 발생에 있어 금융회사가 순환근무 원칙만 제대로 지켰어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과는 거리가 멀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시장 규모와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내부통제 실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횡령 사고 가능성에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 고객 수 증가와 자산 규모 성장에 관리해야 하는 직원 수가 늘어나는 만큼 횡령 등 금융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언제든지 금융 사건·사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먼저 인터넷전문은행 자체가 출범한지 6년 정도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관련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데다 시중은행보다 직원 개개인의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슷한 횡령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지난 2017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출범을 시작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은 6년여 만에 자산규모와 고객 등이 급성장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기준 총 자산이 50조원을 돌파했고 이용자수는 2174만명에 달한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 자산도 지난해 말 기준 각각 16조6000억원, 23조4000억원 규모다. 인터넷전문은행 직원 수만 3개 은행을 합치면 1850여명 수준이다. 아울러 IT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전문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터넷전문은행이라고 해서 횡령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며 "은행에서 돈이라고 하는 것은 어디서든 고여있기 마련이고 금융사고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횡령 사고는 아니지만 최근 케이뱅크에서는 비슷한 금융 사고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지난 5월 케이뱅크는 '허위 소득자료 제출'을 통한 11억원대 규모 대출사기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유형은 일명 작업대출 사기로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에 걸쳐 불법적으로 대출금을 가로챈 혐의다. 인터넷거래에 전문화된 시스템을 갖춘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서류 조작만으로 대출사기 금융사고가 발생한 점에서 전반적인 내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횡령 사고 대부분이 기업 투자금융 부문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조명해볼 때 소비자금융(개인금융)에 집중돼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영업 특성상 아직까지 횡령 사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소비자금융에 집중됐기 때문에 거래금액이 큰 편이 아니다"며 "수백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최종 관건은 내부순환근무제 시행 여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금융당국 조치 방안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내부통제의 핵심은 순환근무로 정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횡령 금액이 커지는 이유에는 전문성을 이유로 장기간 한 직책에 오래 근무하는 특성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물론 내부순환근무가 금융사고의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횡령 사고에 있어 어느정도 예방할 수 있는 기능은 분명한 만큼 향후 사고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순환근무가 모든 금융사고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내부통제시스템은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지점이 없고 소비자금융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횡령 사고가 발생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케이뱅크 사례처럼 꼭 횡령은 아니지만 다른 방식으로 금융사고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