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후보자, 지난 7일부터 ‘인수위’ 없이 업무 보고받아
8월말 선임 후 ‘인사·사업추진’ 등 과제 산적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차기 KT 대표이사(CEO)로 내정된 김영섭 후보자가 경영기획부문, 경영지원부문, 그룹경영실 등의 업무 보고를 받으며 업무 파악에 돌입했다. 김 후보자는 이달말 임기 시작과 동시에 수개월간 멈춰있는 임원인사와 비통신사업 강화 등 업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러나 KT 내 지지세력이 없는 점이 김 후보자의 한계로 작용해‘인적 쇄신’은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기가 2년여로 역대 CEO들 대비 짧은 점 등이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전날 신현옥 경영지원부문장 부사장, 지난 7일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사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등 KT그룹에 대한 업무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사외이사 8인과 미팅을 하고 CEO 경영계약서 및 사내이사 후보 추천 등을 논의했다.
김 후보자는 ‘인수위원회’ 성격의 태스크포스(TF) 없이 업무파악을 시작했는데 이는 그간 내정 후 주주주총회까지 최소 2개월의 여유 시간을 가진 전임 CEO들과 달리 공식 선임까지 TF를 가동하기엔 시간적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내부 출신인 구현모 전 KT 대표를 제외하고 역대 KT CEO가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인수위원회를 꾸리고 새로운 경영전략 구상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
김 후보자가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KT 안팎에선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만큼의 ‘인적 쇄신’은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임 CEO 체제하에서 발생한 위법·부당 행위를 파악하고 관련자에 대한 징계를 내리기 위해 KT그룹을 잘 아는 동시에 전임 CEO와 거리가 먼 임원진들로부터 업무 보고 등을 받아야 하지만, 현재 김 후보자의 행보는 이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실제 KT 내부에선 구 전 대표 체제하에서 발생한 허수영업 등 디지코 실적 부풀리기의 문제점을 파악하려면 KT 임원들의 협조 필요가 필요하단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사장, 부사장, 특히 전무급 임원 중에서도 구 전 대표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다수 포진돼 있어 쇄신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 네트워크부문은 워낙 복잡하고 잘못 손대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역대 CEO들 임기 중에도 별다른 인사 조치가 없었다”며 “이번 김 후보자가 서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추천한 것도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마케팅이나 커스터머부문 등에서 업무 보고를 하면 모르겠는데, 박종욱 사장이나 신현옥 부사장은 업무보고를 통해 본인들이 면피를 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그들 입장에서 아래 임직원들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를 했으니 직접 행동하진 않았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임기가 그간 CEO들과 달리 2년7개월로 짧단 점도 김 후보자가 인적 쇄신 작업을 강하게 추진하기에 한계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차기 CEO 인선 논의가 2년 뒤 본격화할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임기는 사실상 2년에 불과한 셈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현직 부사장, 전무급을 그대로 두고 임기를 시작하는 것은 ‘독배’를 안고 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자가 올곧게 가려면 현재 시스템을 그대로 운영해선 분명히 2년 뒤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김 후보자는 오는 30일 2023년 제2차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 참여 주주의 60% 이상의 찬성표를 얻으면 약 2년 7개월간 KT그룹을 이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