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보험 독점 특성과 고배당성향 고려 시 적정 밸류에이션 선정 '난항'
피어그룹으로 실적과 사업 유사성 있는 해외기업 선정 가능성 제기
국내외 보험업 환경 다르고 고평가 논란 나올 수 있어 신중한 결정 요구
"적정가치보다 공모가 낮으면 주가 오르고 반대는 하락, 시장서 기업가치 결정될 것"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SGI서울보증이 이르면 다음달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적정 몸값을 두고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증보험 독점 기업인데다 50%에 육박하는 고배당성향을 고려하면 밸류에이션 선정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공모가 산출을 위한 피어그룹(비교기업)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실적과 사업 유사성이 있는 해외 기업을 선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보험업 특성상 국내외 환경이 다르고 이에 따른 고평가 논란이 나올 수 있어 신중한 결정이 요구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GI서울보증은 이르면 오는 9월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SGI서울보증은 지난 6월 19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일반적으로 예비심사는 청구 후 영업일 기준 45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고 예심 통과를 한다는 전제 하에 빠르면 다음달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SGI서울보증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상장 예정일을 특정하기에는 어렵지만 예심 승인 시점에 따라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관건은 가격이다. 특히 SGI서울보증 공모가 산정과 관련해 최대주주와 증권사 등 특정 이해당사자들의 고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SGI서울보증의 기업가치 산정을 놓고 시장에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피어그룹을 어디로 두느냐에 따라 몸값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는 만큼 그 기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 언급되는 SGI서울보증 몸값은 2조~3조원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 SGI보증보험의 자기자본 5조원에 국내 1위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의 PBR(주당순자산가치비율, 약 0.7배)과 상장 초기 할인율 10~20% 정도를 적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SGI서울보증과 삼성화재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선 SGI서울보증은 삼성화재 대비 자산과 자본 규모, 수익성 모두 열세에 있다. SGI서울보증의 지난해 순이익은 5685억원으로 삼성화재 순이익(1조2837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실적 면에서 다른 손해보험사와 달리 이렇다 할 만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면에 있는 보증보험 산업의 특수성과 SGI서울보증만의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 모두가 가입하는 자동차보험 등을 주로 하는 손해보험사들과 종합보증 전문회사인 SGI서울보증은 성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보증보험시장에서 독점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SGI서울보증이 유일하다.
지급여력비율에서도 타 보험사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것으로 대표적인 재무건전성 지표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자산과 부채 모두 시가로 평가되는 신지급여력비율(K-ICS)을 도입했는데 지난 1분기 기준 SGI서울보증의 지급여력비율은 413%로 나타났다. 삼성화재의 경우 275% 수준이고 다른 보험사들은 200% 미만으로 집계됐다. 지급여력비율이 높으면 건전성 측면은 물론 상품 판매의 자율성도 제고될 수 있다.
아울러 SGI서울보증의 지난해 배당액은 주당 4000원으로 배당 성향만 50% 육박한다. 고배당주로 알려진 국내 5대 금융지주의 경우 배당성향이 30% 미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SGI서울보증 배당은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회수라는 목적이 분명한 만큼 높은 배당수익률이 기업가치 평가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특성이 기존 손보사와 크게 다른 만큼 업계에서는 어느 때보다 피어그룹 선정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피어그룹이란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함께 비교 대상이 되는 기업을 의미한다. 피어그룹을 어떻게 선정하느냐에 따라 기업 가치가 최대 수조원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적정 피어그룹이 없는 만큼 해외 기업으로 선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 세계 보증보험 회사 가운데 SGI서울보증과 같은 1~2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회사로는 알리안츠 트레이드(Allianz Trade)와 아트라디우스(Atradius)가 언급된다. 이들 기업들의 PBR은 1배 수준으로 이를 적용하면 적정 몸값이 4조~5조원 수준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보험업 특성상 국내외 환경이 다른 데다 외국 기업과 비교해 공모가를 산정하면 고평가 논란이 나올 수 있어 금융 공기업인 SGI서울보증이 피어그룹을 해외로 선택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SGI서울보증은 글로벌 보증보험사들과 어깨를 견줄 만큼 우량한 기업이지만 해외 기업과 대등하게 비교하기에는 배경 차이가 있다"며 "적정 가치보다 공모가가 낮으면 주가가 오를 것이고 반대의 경우 하락하는 점을 고려하면 적정 기업가치는 시장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