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약정 등 대장동 로비 혐의 구속···범죄사실 소명 의미 커
허언이라던 ‘약속 그룹’ 실체 힘 실려···檢 “제기된 의혹 순차적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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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전 특별검사.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대장동 로비 의혹’으로 3일 저녁 구속되면서 50억 클럽에 거론된 나머지 법조·언론계 거물급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는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하는 50억 클럽이 ‘허언’이라고 주장했으나, 사실과 부합하는 것으로 점점 밝혀지면서 이들의 카르텔 의혹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재남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밤 특가법상 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박 전 특검에 대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증거인멸 염려에 앞서 검찰이 적용한 혐의가 ‘소명’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아 보인다.

박 전 특검에 대한 영장은 지난 6월 ‘사실적·법리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한차례 기각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박 전 특검의 딸을 공범으로 입건하고 박 전 특검 가족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등 보강수사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추가하기도 했다. 검찰은 보강수사 끝에 한 달여 만에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해 받아냈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던 2014년 11월부터 2015년 4월까지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해 남욱 변호사 등 민간사업자로부터 청탁을 받은 뒤, 거액의 돈을 약속받고 8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우리은행은 당초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출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2015년 3월 최종 불참했고, 대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는 참여하겠다며 1500억 원의 여신의향서를 냈다. 그 결과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민간사업자 평가 항목 중 자금 조달 부분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또 박 전 특검은 국정농단 특검이었던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화천대유에서 일하던 딸과 공모해 화천대유로부터 단기 대여금 명목으로 11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있다. 11억원은 박 전 특검이 받기로 한 50억원의 일부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구체적 혐의를 다진 뒤 그를 재판에 넘길 전망이다.

향후 관심사는 50억 클럽에 언급된 또 다른 인물들에 대한 검찰 수사다. 검찰이 곽상도 전 국회의원을 기소하고, 박 전 특검 구속에 성공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향후 사정 칼날이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이 힘이 실린다. 이들은 화천대유 자문단으로 활동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두 사람에 대한 추가 수사는 이르면 이번 달 말 있을 검찰 정기인사 이후 다음 수사팀에서 맡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곽 전 의원의 아들에 대한 추가 조사를 하고 있고 수사 통해 확인된 내용을 토대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곽 전 의원에 대해서도 소환조사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50억 클럽’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인물에 대해서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50억 클럽’은 김씨와 정 회계사가 나눈 대화가 담긴 ‘정영학 녹취록’에 처음 등장한다. 정영학 녹취록에는 김씨가 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는 의미로 ‘약속그룹’이란 표현이 등장하는데, 50억 클럽도 바로 이 ‘약속그룹’ 중 하나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정씨에게 “50개가 몇 개냐”라며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 전 특검, 곽 전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 6명의 이름을 언급한다. 실제 2021년 9월 곽 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 퇴직금으로 수령한 금액이 ‘50억원’(실수령액 25억원)으로 밝혀지며 ‘50억 클럽’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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