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주담대 4조 넘게↑···자산규모 경남은행 추월
주담대 금리 내리는 지방은행···하반기 경쟁 '치열' 전망

경기 판교 카카오뱅크 사옥 내부 전경 / 사진=카카오뱅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카카오뱅크가 올해 상반기 자산규모가 지방은행 3위인 BNK경남은행을 추월하는 등 몸집을 불리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크게 늘리는 등 대출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이 주효한 결과다. 그러나 최근 지방은행도 주담대 금리를 크게 낮추는 등 대응전략을 마련한 만큼 하반기에 카카오뱅크와 지방은행의 대출자산 확보를 위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올해 6월 말 기준 총자산(개별 기준)은 50조5270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28% 급성장했다. 지방은행 가운데 세 번째로 큰 경남은행(49조4599억원)을 약 1조원 차이로 제쳤다. 카카오뱅크는 BNK부산은행(약 77조원), DGB대구은행(69조원)과의 격차도 크게 좁혔다. 

카카오뱅크의 자산이 크게 성장한 이유는 주담대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상반기 동안 주담대가 4조3000억원 불어났다. 그 결과 올해 6월 말 기준 원화대출금 잔액은 33조9000억원으로 작년 말과 비교해 22% 급증했다. 원화대출 가운데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16%로 지난해 말 대비 8%포인트 올랐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담대 제공 대상 범위를 넓히고 금리를 낮게 설정한 결과 대출 실적을 대폭 늘릴 수 있었다. 

카카오뱅크는 상품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이 주효해 대출자산 확대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후부터 지난 2021년 상장까지는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로 자산을 늘렸다. 이후 중저신용자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신용대출로 성장에 한계를 느끼자 전세대출 시장을 공략했다. 주담대 출시 이후엔 이 상품 판매가 급증했다.  

반면 지방은행은 올해 중소기업 대출로 인한 부실우려가 커지면서 대출 자산을 많이 늘리지 못했다. 카카오뱅크에 추월당한 경남은행은 올 상반기 원화대출금을 2.7% 늘리는데 그쳤다. 대구은행도 같은 기간 2.8% 증가했다. 부산은행은 4.2% 늘어 선전했지만 카카오뱅크의 성장세가 워낙 가팔랐다. 카카오뱅크는 자산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덕분에 이익 경쟁에서도 지방은행을 위협했다. 올 상반기 카카오뱅크의 순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48.5% 급증한 1838억원을 기록했다. 경남은행(1613억원)을 넘어서는 액수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카카오뱅크가 현재의 성장세를 유지하면 대구은행을 넘어서는 것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원화대출금 목표 성장률을 당초 10%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이를 달성하면 올해 말 카카오뱅크의 총자산은 약 59조가 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여기에 카카오뱅크가 향후 자영업자 대출 영업을 적극적으로 한다면 대출자산은 더 빠르게 늘 것이란 예상이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자영업자 대출 상품을 출시한 상태지만,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지방은행도 주담대를 늘리기 위해 대출 금리를 대폭 내려 하반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19일 기준으로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 상품 중 금리가 가장 낮은 곳은 경남은행(3.89%)이다. 부산은행도 연 4.19%로 세 번째로 낮은 금리를 기록했다. 고정형(혼합형) 상품은 대구은행이 연 3.66%로 기업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카카오뱅크가 주담대 규모를 예상보다 많이 못늘릴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대출 경쟁이 치열해지면 외형적 성장과 수익성 사이의 고민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뱅크는 지방은행의 공세 속에서도 대출자산을 대폭 늘리려면 결국 금리를 계속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에도 주담대를 크게 늘렸지만 그만큼 수익성도 크게 하락했다. 지난 2분기 카카오뱅크의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성(NIM·순이자마진)은 2.26%로 작년 4분기 대비 0.57%포인트 급락했다. 반면 부산·경남은행은 2분기 NIM이 같은 기간 각각 0.32%포인트, 0.14%포인트 내려가는데 그쳤다. 대구은행도 0.23%포인트 떨어졌다.  

김석 카카오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실적발표회에서 "(주담대 관련해) 은행들 간의 금리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대출 성장보다는 수익률 관리가 필요하기에 상반기보다 적은 규모의 성장을 예상한 결과 올해 대출 성장률은 30% 중반으로 봤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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