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상반기 순익 2조원 돌파···전년 대비 16.6%↑
하나은행 제외한 비은행 계열사 순익 일제히 악화
비은행 부문 순익 비중 9%에 그쳐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올해 상반기 2조원이 넘는 순익을 달성하며 반기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주가는 아쉬운 모습이다. 비은행 계열사 실적 악화가 요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하나금융의 비은행 부문 강화 노력이 주가 반등의 계기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올해 상반기 2조20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6.6% 증가한 규모다. 하나금융이 지주 설립 이래 반기에만 순이익 2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의 순익 성장이 하나금융 전반의 호실적을 견인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33.9% 증가한 1조839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신한은행(1조6805억원)을 제치고 시중은행 순익 2위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상반기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하나금융의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나금융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1.01% 내린 3만9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 27일(4만1200원) 이후 매 거래일 하락세다. 연초 고점이었던 1월 27일(5만3300원)과 비교하면 26.3% 빠진 수준이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의 낮은 비은행 기여도가 주가에 걸림돌이 된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하나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비은행 계열사들은 모두 전년 대비 순익이 대폭 감소했다.
감소폭이 가장 큰 곳은 하나저축은행으로 지난해 상반기(145억원)보다 81.7% 줄어든 26억원으로 집계됐으며 하나증권도 1년 새 1391억원에서 75.1% 급감하면서 올해 상반기 순익이 346억원으로 내려앉았다. 하나카드도 같은 기간 1187억원에서 726억원으로 38.8% 줄었으며 하나캐피탈(1631억원→1211억원, -25.8%), 하나생명(174억원→131억원, -24.9%) 등도 실적이 악화됐다.
비은행 계열사들이 모두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하나금융의 전체 순이익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하나금융의 비은행 계열사가 거둔 순익은 1819억원으로 하나금융의 전체 순익 중 9%에 그쳤다.
하나금융이 집계한 비은행 부분 기여도 역시 올해 상반기 14.4%로 지난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이를 의식한 듯 비은행 부문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13일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지주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보험사 M&A 자체는 비은행 강화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보고 있지만 KDB생명 인수가 실제 하나금융의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은 상반기 대형은행 중 상대적으로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며 “최근 KDB생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는데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불가피한 전략임에는 동의하나 인수 이후 대규모 추가 자본 확충 가능성, 시너지 효과 발생 여부 등이 불편하게 다가오는 만큼 빠른 시일 내 관련 우려를 해소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은행계 금융지주의 비은행 확보는 필수 불가결 사항으로 하나금융의 보험사 M&A 검토는 긍정적 요인”이라면서도 “다만 KDB생명의 수익성, 자본 적정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인 M&A 효과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