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융현안 간담회 개최···근본적인 원인 분석과 개선 방안 논의
불붙은 새마을금고 감독체계 개편···감독권 금융위로 이관 법안 논의 급물살
각 금고별 경영 상황 확인, 타 금융권 전이 차단 위해 추이 분석 및 사전 대책 마련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새마을금고의 자금이탈 사태가 진정세로 접어든 가운데 근본적인 원인 분석과 함께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업계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마을금고의 감독 기관을 행정안전부에서 금융위원회로 넘기는 내용의 법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무엇보다 일부 금고의 무리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부실 위기를 불러온 만큼 각 금고별로 경영 상황을 짚어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울러 여파가 다른 2금융권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추이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사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를 열고 새마을금고 최근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자리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경제수석도 참석했다.
정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 새마을금고에서 해지된 예‧적금 중 2만여 건이 재예치 됐다. 하루 수조원에 달했던 새마을금고 자금이탈 행렬도 잠잠해졌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규모 자금이탈을 우려했던 새마을금고 사태는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새마을금고 사태를 계기로 강도 높은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들이 남아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포함해 현재 마련되고 있는 대책과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새마을금고에 이어 부동산 PF 관련 부실로 증권사와 저축은행 등에 위기가 이전될 우려가 나오는 만큼 후폭풍 피해를 막기 위한 신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새마을금고의 관리감독 주체를 행정안전부에서 금융당국으로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주 업무가 금융이지만 금융위원회가 아닌 행정안전부가 주무부처다. 관리 감독도 행정안전부가 맡는데 신용이나 공제사업에 한해서는 필요한 경우 금융위원회와 협의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 요청 없이는 금융위원회가 단독으로 새마을금고를 감독할 수 없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이번 새마을금고 사태로 국민 불안이 커진 점을 고려하면 감독 권한을 금융위원회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새마을금고나 신협 등 비은행 금융기관이 자금 조달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지원하는 대출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대규모 자금이탈 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은행권뿐 아니라 비은행권에 대해서도 유동성 안전판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다. 또한 정부는 새마을금고 부실 지점들이 인수·합병(M&A)되더라도 기존 고객의 예·적금 100% 전액 보장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예·적금도 5000만원을 초과해도 합병한 금고에서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기 때문에 사실상 전액이 보장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사후적 대처일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새마을금고가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에서 자유롭다보니 자산부실 대처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각각 이런 내용의 주장을 담은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을 발의 또는 검토하고 있다.
새마을금고 감독권 이관 논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국회에서도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이관해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큰 틀에서는 동의가 이뤄졌으나 주요 이슈에서 밀리면서 개정안들이 번번이 폐기됐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이은재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관련 개정안을 발의한 이후 19·20·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번 개정안을 놓고 '이번엔 다르다'는 분위기와 '이번에도 어렵다'는 분위기가 모두 감지되는 가운데 통과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강하다. 소관 부처인 행안부 의지가 약하고 금융당국도 당장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넘겨받기를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아울러 이번 새마을금고 사태를 촉발한 부동산 PF가 다른 기관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 PF 연체율이 15%로 치솟은 증권업계의 경우 긴장도가 높아진 상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2.01%다. 증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5.88%로 상당히 높았다. 저축은행(4.07%), 여신전문회사(4.20%)의 연체율 증가 속도도 빨랐다.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가 상당기간 유지되고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될 경우 제2금융권의 PF대출은 잠재된 리스크가 현재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저축은행뿐만 아니라 증권사와 캐피탈사 PF 금융의 부실화도 높아져 유동성 및 건전성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충당금을 쌓고 자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세우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다. 금융당국도 전국 PF 사업장을 전수조사하며 진행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 마련한 50조원의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해왔던 만큼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