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셀라, 상장 한 달여 만에 무상증자 결정
일각에선 에이벤처스 엑시트 기회라는 분석도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국내 첫 와인기업 상장사 나라셀라가 상장 한달여만에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나라셀라는 와인부터 사케, 위스키 등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매출 1000억원대 규모로 성장했지만, 상장 직후 주가가 하락했다. 이번 나라셀라가 무상증자를 발표하며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벤처캐피털(VC)사에게 엑시트 기회를 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나라셀라는 최근 보통주 1주당 신주 1주를 배정하는 100% 무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나라셀라는 보통주 1주당 신주 1주를 배정하는 100%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번 무상증자는 보통주 643만9038주에 대해 실시한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오는 8월9일, 신주 상장일은 오는 8월29일이다.
마승철 나라셀라 회장은 “주주가치를 높이고 주식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무상증자를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회사의 성장을 주주들과 함께 나누는 주주친화 경영에 힘쓰겠다”고 말헀다.
국내 와인기업 1호 상장사 나라셀라는 120여개 브랜드, 1000여종에 달하는 와인 독점 공급권을 수입하고 있다. 나라셀라는 국내 누적 판매 1000만병을 돌파한 와인 몬테스 알파를 독점 수입하고 있다. 또 덕혼과 케이머스 등 해외 유명 와인을 국내 수입해 와인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나라셀라는 사케, 위스키 등 취급 주종을 확대하고 국내 첫 와인 복합문화공간 ‘도운’을 오픈하며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현재 나라셀라는 와인 수입·유통업계 3위로 추산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나라셀라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매출은 17.5%나 오르며 1072억원을 기록했다.
유통업계에서는 나라셀라가 이번 무상증자를 결정한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중에서도 나라셀라가 VC 엑시트를 염두에 두고 무상증자를 결정했다는 관측이 우세다. 무상증자는 자본잉여금을 자본으로 옮기는 회계상의 변화에 불과하지만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나라셀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나라셀라 지분율은 나라로지스틱스(68.92%), 에이벤처스 FIRST 투자조합(24.85%), 스마트 A 온택트 투자조합(2.64%)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업계에 따르면 나라셀라 2대주주인 에이벤처스는 지난해 6월 나라셀라 프리IPO에서 284억원을 투자하며 지분을 확보했다. 당시 에이벤처스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대부분은 보호예수에 걸렸다. 따라서 나라셀라가 상장한 직후 에이벤처스가 엑시트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였다.
나라셀라 주가는 상장 직후인 지난 6월9일 상한가를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세를 기록했다. 상장 당시 나라셀라는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비교기업에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포함시켜 ‘고평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주가가 부진하자 나라셀라 일 거래대금은 10억원에도 못 미쳤으나 이번 무상증자 직후 100억~200억원대로 거래대금이 회복됐다.
아울러 에이벤처스는 나라셀라가 코스닥에 입성한지 한 달이 지난 만큼 에이벤처스의 보호예수 물량도 상당 부분 풀렸다. 업계에 따르면 에이벤처스는 상장 직후 5.03%의 지분 매각이 가능했고, 상장 후 1개월부터 12.34%의 지분을 추가적으로 처분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나라셀라 상장 후 3개월이 지나면 에이벤처스는 3.46%, 6개월 뒤에는 1.74%의 지분 매각이 점차적으로 가능해진다.
다만 에이벤처스의 지분 매입 단가는 2만1000원~2만2000원 수준으로 알려져있다. 이날 나라셀라는 1주당 1만6030원으로 장을 마무리한 만큼, 당장 에이벤처스가 투자금을 회수하기 보다는 나라셀라 성장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나라셀라가 무상증자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고는 있지만, 주가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와인 경쟁사들에게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라셀라 외에도 신세계L&B와 롯데칠성음료, 현대백화점, 한화그룹 등 대기업들도 와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나라셀라가 상장한 이후 수입·와인 유통업체의 상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나라셀라 상장을 앞두고 보고서를 통해 “팬데믹 기간 급성장을 이어온 국내 와인 시장은 최근 연이은 고성장에 따른 기저부담으로 올해 성장률은 주춤하겠지만 와인 소비가 대중화되며 국내 와인 시장은 우상향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와인 수입, 유통 비즈니스는 진입장벽이 낮은 사업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일반 수입 사업과 달리 양질의 브랜드 확보를 위해서는 와이너리와의 관계가 중시되는 점을 감안하면 상위사들의 입지는 시장이 성장할수록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나라셀라가 상장 직후 얼마 되지 않아 무상증자를 발표했고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사업을 키우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에이벤처스도 당장 투자금 회수가 급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 엑시트보다는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무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