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부진·디지털화···지방금융지주 '위기'
DGB·JB는 '파격 시도'···BNK는 법률문제로 '골머리'

부산 남구 문현금융로 BNK금융지주 사옥 / 사진=BNK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지방금융지주들이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중은행 전환, 핀테크 협업 강화 등 파격적인 시도를 하고 있지만 BNK금융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BNK는 보험업 진출을 노리지만 법률 문제로 실현하기 쉽지 않다. 시중은행 전환도 금산분리(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원칙에 걸려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위기의 지방금융지주···DGB '시중은행 전환'·JB '핀테크 협업' 등 대응책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BNK금융의 당기순익은 4602억원(지배지분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9% 크게 감소했다. 2분만 놓고 보면 감소폭은 더 컸다. 2분기 순익은 지난 1분기 대비 20.8% 쪼그라든 2034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나머지 지방금융지주의 실적은 늘어났다. JB금융지주(3261억원), DGB금융지주(3098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 1.9% 증가했다. 

업계에선 당장 실적이 감소한 것보다 미래 성장을 위한 사업이 마땅히 보이지 않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JB·DGB는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JB금융은 최근 핀테크 업계 '3위'사인 핀다와 상호 지분 교환을 하기로 결정했다. 핀다와 더욱 끈끈한 관계를 맺어 디지털 채널로 영업 기반을 확장하겠단 복안이다. 이와 함께 JB금융의 핵심 계열사 전북은행은 업계 최초로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와 공동대출도 추진한다. 

DGB금융은 최근 최대 계열사인 대구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최근 DGB는 실적발표회에서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신청을 위해 전담 조직을 설치했고, 이르면 올해 9월 인가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은행은 전국구 은행으로 바뀌면 수도권 뿐만 아니라 충청·강원 지역에서 적극적인 영업을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방금융지주는 현재 위기다. 기반이 되는 지역 경제는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여기에 금융의 디지털화 진행 속도마저 빨라졌다. 막강한 모바일 플랫폼으로 무장한 인터넷은행이 지방금융지주의 핵심 사업인 은행 계열사를 크게 위협했다. 플랫폼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방은행은 자칫하면 고객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올해 3월 말 총자산 규모(개별 기준)는 약 47조원이다. 전북은행(22조원)의 두 배가 넘으며 경남은행(50조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출범한지 2년이 채 안된 토스뱅크(25조원)도 전북은행을 넘어섰다. 이에 지방금융지주는 근거 지역을 넘어 전국구로 확장하고, 핀테크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비은행 사업을 강화해 수입 다각화도 꾀해야 한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BNK, 보험업 진출·시중은행 전환 '법률문제'로 어려워

지방금융지주 중 규모가 가장 큰 BNK금융도 마찬가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부산·경남 지역(동남권)의 경제성장률은 전국 평균을 계속 밑돌았다. 올해도 수출 부진으로 이 지역의 성장률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BNK금융 은행 계열사의 디지털 플랫폼 방문자 수도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부산·경남은행의 플랫폼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각각 104만명, 62만명에 그쳤다. 두 은행 합쳐도 카카오뱅크의 10분의 1 수준이다.

BNK는 보험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빈대인 BNK금융 회장은 최근 보험업 진출에 대해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BNK금융은 보험 계열사가 없다. 총자산 140조원으로 지방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그룹이 보험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쉽다는 평가다. 더구나 보험업은 빅테크 기업이 디지털 기술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꼽힌다. 지방금융지주에 있어 향후 성장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과거 ‘주가조작’ 사건으로 인해 보험업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BNK금융은 지난 2021년 10월 법원으로부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주와 부산은행이 각각 1억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 결과 BNK는 인수합병(M&A)나 신사업 진출을 추진하는데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기 어려워졌다. 대주주 적격성에 결격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BNK금융은 지난 2020년 마이데이터사업을 준비를 했으나 당국이 허가를 내주지 않은 바 있다. 

시중은행 전환도 금산분리 원칙으로 쉽지 않다. BNK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부산롯데호텔을 포함한 롯데 계열사 7곳으로, BNK 전체 주식 중 10.30%를 갖고 있다. 롯데계열사 집단은 산업자본으로 분류된다. 이에 부산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데 있어 금산분리 원칙에 걸린다. 현행 은행법상 시중은행의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 지분 보유 한도는 4%로 제한돼 있다. 

BNK금융 관계자는 “기존 그룹 차원에서 세웠던 중장기 전략인 ‘그로우 2023’(Grow 2023) 최근 종료됐기에 새로운 계획을 수립 중이다”라며 “새 계획이 나오면 구체적인 미래 성장 전략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