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하자마자 환매청구권 행사가격인 1만2600원 이하로 주가 급락
의무인수분도 손실 부담···인수수수료·사전투자분 회수로 만회 추진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사인 파로스아이바이오 주가가 상장 직후부터 공모가를 하회하면서 상장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상장주관사로서 공모청약 흥행을 위해 상장 후 6개월 동안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주식을 되사주겠다는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내걸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파로스아이바이오 주가가 상장 직후부터 급락하면서 대규모로 환매청구권 행사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게 됐다.

당초 한국투자증권은 파로스아이바이오 사전투자와 고율의 IPO수수료를 더해 쏠쏠한 수익을 기대했다. 하지만 환매청구권 행사로 남는 장사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파로스아이바이오 최대 35만주 환매청구권 리스크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전날 공모가 1만4000원으로 상장했으나 장 개시 직후부터 줄곧 하락해 결국 공모가 대비 37.6% 급락한 8730원에 장을 마감했다. 다만 상장 이튿날인 이날은 반등에 성공하며 1만1210원에 장을 마쳤다.

파로스아이바이오 주가는 상장 이후 잠시라도 공모가를 넘지 못하고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지난 10~11일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303.31대 1에 그치며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범위(1만4000~1만8000원) 하단인 1만4000원으로 결정했다. 지난 17~18일 공모청약에서는 347.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상장 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시선도 존재했으나 상장 직후부터 파로스아이바이오 주가는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투자증권이 보장한 환매청구권이 행사될 가능성도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기술특례 상장이라 테슬라 요건(이익미실현 요건)이나 성장성 추천 특례상장처럼 상장주관사가 환매청구권을 의무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기업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흥행을 위해 자발적으로 6개월간 환매청구권을 설정했다.

환매청구권은 공모청약으로 주식을 받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파로스아이바이오 공모주식수는 140만주로 이 가운데 35만주가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에 배정됐다. 공모가 기준 49억원 가량이 환매청구권이 설정된 물량인 셈이다.

파로스아이바이오 상장 직후 주가가 한동안 공모가를 상회했다면 공모주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매도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은 환매청구권 부담을 덜 수 있었다. 하지만 파로스아이바이오 주가가 상장 직후부터 곤두박질치면서 대부분의 공모청약 물량이 환매청구권 리스크에 노출됐다.

앞서 KB증권도 지난해 9월 더블유씨피 상장주관사로서 3개월 동안 환매청구권 내걸었다가 호된 경험을 한 바 있다. 상장 직후 더블유씨피는 공모가 6만원 아래로 급락했고 3개월 내내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투자자들은 공모가 대비 10% 할인된 5만4000원에 대규모 환매청구권을 행사했다. KB증권은 환매청구권 행사로 57만2583주를 떠안았는데 더블유씨피 주가가 올해 6월까지 공모가를 밑돌면서 지난해 실적에 수백억원대의 평가손실을 반영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다만 더블유씨피와 달리 파로스아이바이오는 공모규모가 크지는 않기에 한국투자증권이 대부분의 환매청구권 물량을 인수하더라도 평가손실은 수억원에서 10억원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엇갈리는 손익계산···남는 장사 가능할까

한국투자증권은 환매청구권 외에도 상장주관사 의무인수 물량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상장주관사는 공모물량의 3%(최대 10억원)를 공모가에 의무인수하고 3개월 이상 보유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은 파로스아이바이오 전체 공모주식 수의 3%에 해당하는 4만2000주를 공모가에 인수했다. 향후 파로스아이바이오 주가가 계속 공모가를 밑돈다면 한국투자증권은 의무인수 물량에서도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한국투자증권이 환매청구권과 의무인수물량에서 대규모 평가손실을 본다면 인수수수료와 사전투자로 이익을 내려던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파로스아이바이오 IPO인수수수료로 총 조달금액(공모금액 및 상장주선인 의무인수 금액)의 5.5%에 해당하는 11억1034만원을 받았다. 인수수수료율 5.5%는 상당한 고율의 수수료에 해당한다.

한국투자증권은 파로스아이바이오 상장전 투자를 통해서도 큰 이득을 내려고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파로스아이바이오 상장 전인 지난 2020년 5월 상장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24억원을 투자했고 2022년 6월 17일 전량 보통주로 전환해 36만3060주를 확보했다. 평균 매입단가는 주당 6656원이다.

이 가운데 절반인 18만1530주는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26조제1항제7호에 따라 상장일로부터 1개월간 의무보유해야 하고 나머지 물량은 상장 직후부터 장중 매도할 수 있다. 결국 파로스아이바이오 향후 주가 추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의 최종 득실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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