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이어 영국도 GLP-1 약물 자살 충동 위험 조사 착수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당뇨병 치료제에서 비만약으로 각광받게 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수용체 작용제 사용 후 자살 및 자해 충동을 느꼈다는 보고가 나오며 영국이 조사에 나섰다. 이달 초 유럽연합(EU)의 대대적인 조사에 이어서 영국도 안전성 조사에 나선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영국 의약품·의료제품 규제청(MHRA)이 GLP-1 수용체 작용제에 대한 잠재적 자살 충동 위험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조치는 유럽의약품청(EMA)이 GLP-1 약물 복용자의 자살 충동과 자해에 대한 보고로 인해 유사한 조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왔다. 이달 초 EMA는 GLP-1 계열 약물의 자살 및 자해 충동 이상반응에 대해 조사했다. 당시 EMA에 보고된 이상반응 사례는 총 150건에 달했다.
EMA는 이와 관련해 “보고된 사례가 의약품 자체와 관련이 있는지, 환자의 기저 질환이나 기타 요인과 관련이 있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EMA 조사는 11월경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MHRA도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안전성 조사 대상에는 노보 노디스크의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 비만 치료제 ‘위고비’ 외에도 1세대 약물인 ‘삭센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바이두레온’, 일라이 릴리 ‘트루리시티’, 사노피의 ‘릭수미아’ 등이 포함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12일 시작된 MHRA의 약물 안전성 모니터링 결과 2020년부터 올해 7월 6일까지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에서만 5건의 관련 이상반응 사례가 보고됐다.
유럽은 GLP-1 수용체 작용제 부작용으로 자살위험을 아직 등재하지는 않았다. 관련 약물의 판매가 먼저 이루어졌던 미국에서는 위고비와 삭센다의 라벨에 이미 ‘자살 행동 및 생각’에 대한 경고가 들어갔다.
다만 GLP-1 약물이라도, 당뇨병 치료제에는 관련 경고가 없다. 동일 약물 성분이지만 당뇨병 치료용에는 더 낮은 용량이 사용되기 때문에 이상 반응이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비만 치료제가 인기를 얻으며 부작용 보고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자살 관련 위험성 문제 발생 전 EMA는 GLP-1 약물과 관련된 갑상선암 위험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위장 장애도 잘 알려진 부작용 중 하나다. 지난 6월 미국 마취과 학회는 위장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환자들이 수술 당일에는 GLP-1 약물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GLP-1은 음식을 먹거나 혈당이 올라가면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켜 당뇨병 치료에 사용됐다. 다만 GLP-1은 체내에서 분해되는 특성이 있었다. 이에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으며 GLP-1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약물인 ‘GLP-1 유사체’가 등장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제품 ‘삭센다’의 성분인 리라글루티드가 대표적인 GLP-1 유사체다.
리라글루티드는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체내 호르몬인 GLP-1 수용체를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켜 당뇨병 치료제로 쓰였으나, 포만감을 유발하고 음식 섭취를 감소시키는 작용이 주목받으며 비만 치료제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