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반비례 관계···대출기간 짧은 현금서비스와 맞물려 부실 발생 가능성
카드사 대환대출, 일시 대출 만기 연장 효과 있지만 금리 부담은 증가
대환대출 확대는 빚 갚는데 서민들이 받는 압박감 커지고 있다는 의미
"연말까지 연체율 상승 전망 전제 하에 리스크 및 건전성 관리 강화해야"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꼽히는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잔액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저신용자나 다중 채무자인 경우가 많은 만큼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카드사별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기간이 짧은 현금서비스와 맞물려 부실이 한꺼번에 몰려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시적으로 대출 만기 연장 효과가 있는 카드사 대환대출 특성을 고려하면 향후 대환대출 잔액 추이 변화가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2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 등 카드사 7곳의 올해 지난달 기준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은 34조8326억원으로 지난해 말(33조6404억원)보다 3.5%(1조1922억원) 증가했다. 지난 3월 말(34조1130억원)에 이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 등 타 업권에서 대출 규모를 축소하면서 소비자들이 카드론으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카드사 현금서비스(단기대출) 잔액도 증가세라는 점이다. 7개 카드사의 지난 6월 말 기준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327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말 대비 1500억원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다. 현금서비스는 카드론보다 금리가 더 높지만 소액으로 별도의 심사 없이 간편하게 빌렸다가 다음달에 갚는 상품이다. 장기카드대출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차주가 이용하는데 반해 현금서비스는 급전이 필요한 다중채무자가 주로 이용한다.
무엇보다 카드론와 현금서비스 두 대출상품의 잔액이 동반 증가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통상적으로 현금서비스는 카드론 대출을 상환하지 못한 차주들이 '돌려막기' 용도로 대출하는 경우가 다수인만큼 한쪽의 잔액이 증가하면 반대쪽이 감소세를 보이는 반비례 관계를 유지해왔다.
전문가들은 대출기간이 짧은 현금서비스와 맞물려 부실이 한꺼번에 몰려올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카드론 만기가 도래하는 시점과 현금서비스의 만기 도래 시점이 일시에 몰릴 경우 부실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카드사 연체율은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하며 건전성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 카드사들의 지난 1분기 연체율은 1%를 넘긴 상태다. 롯데카드, 신한카드와 우리카드가 1.49%, 1.37%, 1.35%로 가장 높았고 이어 KB국민카드와 하나카드가 각각 1.19%, 1.10% 로 뒤를 이었다.
업계에서는 카드사별 대환대출 추이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카드사의 대환대출은 카드론을 연체한 이들에게 갚아야 할 돈을 다시 빌려주는 상품이다. 관련 고객들로서는 연체자가 되지 않고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효과가 있어 당장의 상환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환대출이 확대된다는 것은 빚을 갚는데 서민들이 받는 압박감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카드사 대출의 경우 일반 시중은행에서는 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저신용자들이 많이 찾는 경향이 많다. 이처럼 대환대출 통해 돌려막으면 이전보다 금리 부담도 늘어나고 개인 신용도 역시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출을 상환하는데 한계에 봉착한 취약 차주들의 어려움이 얼마나 커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들의 지난 5월 말 기준 대환대출 잔액은 총 1조341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8.3%(2956억원) 늘었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의 대환대출이 353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5.3%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KB국민카드 역시 3265억원으로 29.5% 늘며 해당 금액이 3000억원을 넘어섰다.
이어 현대카드의 대환대출이 2083억원으로 40.3% 증가하며 규모가 큰 편이었다. 우리카드도 1062억원으로, 삼성카드는 1156억원으로 각각 19.6%와 46.3%씩 늘며 대환대출이 1000억원대를 나타냈다. 나머지 카드사들의 대환대출 잔액은 ▲롯데카드 872억원 ▲하나카드 662억원 ▲NH농협카드 244억원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연체율 상승이 예상된다는 전제 하에 카드사들이 리스크 및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