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2020년 11월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아시아나, 취소소송 제기했다가 패소···대법 상고
직접적 내부거래 아닌 사례도 제재···박삼구 행위라도 회사 제재 가능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공정거래위원회 시정명령에 반발해 낸 소송이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앞서 서울고법은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공급계약을 활용해 제3자가 총수 중심 그룹 지배 구조 정점에 있는 계열사 ‘금호고속’을 부당하게 지원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를 제재한 공정위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공정위를 상대로 한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데 불복해 지난달 말 서울고법 재판부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현행법은 시정조치나 과징금 부과 등 공정위 처분에 대한 불복소송을 서울고법의 전속관할로 규정해 2심제 구조를 갖고 있다. 공정위의 심결을 사실상 1심으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20년 11월 6일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독점 공급권(30년)을 매개로, 상당한 유리한 조건(0% 금리, 만기 최장 20년)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도록 금호고속을 지원한 행위에 대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제공 및 부당지원행위 위반을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81억4700백만원을 부과했다.
부당지원의 객체인 금호고속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난해 말 기준 지분 95.85%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의 개인 회사다. 주력인 금호건설 지분 45.52%, 금호익스프레스 지분 88.46%를 보유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처분에 불복해 2020년 12월11일 제기한 취소소송이 이번에 패소한 이 사건이다.
서울고법은 ‘제3자를 매개’함으로써 기내식 공급계약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실질적으로 금호고속 및 그 지배주주인 박삼구에게 귀속됐다며 아시아나항공의 청구를 배척하고, 공정위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신규 기내식 공급업체와 이 사건 기내식 공급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제3자인 해당 기내식 공급업체가 소속된 해외그룹(게이트그룹)이 금호고속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이 사건 BW를 인수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봤다. 또 관련 계약 과정 및 이 사건 BW 조건 등을 고려할 때 기내식 공급계약이 없었다면 게이트그룹으로서는 BW를 인수를 진행할 이유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측은 박 전 회장의 대표권남용 및 배임행위로 행해진 기내식 공급계약은 사법상 무효라며 공정위 처분 사유가 없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법률 행위가 사법상 무효가 된다고 가정하더라도, 공법상 의무를 규정한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정위는 부당한 지원행위 및 부당한 이익제공행위가 성립하는지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회사 측 주장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사실상 총수일가의 배임적 사익편취행위에 대해서는 제재할 수 없게 돼 그동안 제재와 판례와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 판결은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강화를 목적으로 기업집단 내부의 직접적인 내부거래가 아닌 ‘제3자를 매개로 우회적으로 이루어진 부당 내부거래’도 위법하다는 점을 확인한 사건이다. 또 사법상 효력 여부를 떠나 공정위가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 제재할 수 있다고 재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한편 박 전 회장은 계열사 자금 3300억원 횡령,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권 및 금호터미널 주식 저가 매각관련 배임, 계열사부당지원 관련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8월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