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정지 적극적·소극적 요건 모두 부정···적극적 요건은 인정했던 원심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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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항고심 재판부가 원심과 달리 집행정지의 ‘적극적 요건’ 또한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원심은 ‘소극적 요건’인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이유로 한 전 위원장의 집행정지를 기각했는데, 항고심은 이보다 더 나아가 집행정지 요건 전부를 부정했다. 

30일 시사저널e가 확보한 한 전 위원장의 집행정지 사건 항고심 결정문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강동혁 부장판사)는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의 발생 우려 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이 사건 처분으로 잔여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직무수행의 기회가 박탈된다는 점 등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과는 다른 결론이다.

변론 과정에서 한 전 위원장 측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로 ▲4년간 재임하면서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했음에도 방통위 위원장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점 ▲직무행위가 부정당함에 따라 이미지와 신용 및 명예에 대한 심각한 훼손된 점 ▲변호사법에 따라 면직 처분으로 변호사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점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항고심은 “신청인(한 전 위원장)의 임기는 2023년 7월31일까지로 이 사건 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잔여임기가 2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신청인의 잔여 임기가 2개월 정도 단기간이라는 사정은 효력정지의 긴급한 필요가 있는지의 판단에 참작될 수 있는 사정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도 “반면 만족적인 성질(본안청구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법률관계를 형성하는 결과를 가져옴)을 가지는 이 사건 처분의 집행정지로 말미암아 이 사건 처분이 사실상 무의미하게 될 수도 있다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처분으로 훼손되는 신청인의 이미지와 신용 및 명예는 이 사건 처분뿐만 아니라 형사기소된 것에 기인한 측면이 있고, 본안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일정 부분 회복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변호사 업무 수행 부분 관련 손해에 대해서도 “이러한 손해는 이 사건 처분으로 직접 받게 되는 손해가 아닌 이후 변호사로 활동하려고 할 때 받게 될 수 있는 손해”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항고심은 이 사건 처분이 정지될 경우 집행정지의 소극적 요건인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신청인이 잔여 임기 동안 계속해 직무를 수행한다면 방통위의 심의·의결 과정과 결과에 대한 사회적 신뢰뿐만 아니라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해될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할 것이라고 봄이 옳고,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신청인이 입게 되는 손해와 공익을 비교했을 때, 전자(신청인의 손해)를 희생하더라도 후자(공익)를 옹호해야 할 필요가 보다 크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의 대리인은 지난 21일 항고심 결정 이후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사실상 재항고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본안에서 다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2020년 3월 TV조선 반대 활동을 해온 시민단체 인사를 심사위원으로 선임하고, 같은해 4월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정부는 한 전 위원장이 방통위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했다며 면직 절차를 밟았고, 윤 대통령은 지난 5월30일 면직안을 재가했다. 이에 한 전 위원장은 면직 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원심은 집행정지의 소극적 요건을 이유로 한 전 위원장의 신청을 기각했다. 원심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신청인에게 계속 방통위원장의 직무를 수행하도록 할 경우 방통위 심의·의결 과정과 결과에 대한 사회적 신뢰 뿐 만 아니라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해될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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