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수주 없어
법조계 “법원의 본안판결 취소 또는 서울시 직권취소 기대한 의도적 몸사리기 일수도”
회사 측 “시장상황 고려한 내부 전략적 움직임일 뿐···다른 쪽 수주엔 문제 없다”

HDC현대산업개발 / 사진=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장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주택사업이 10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해 온 그간의 행보와는 전혀 반대다. 특히 이달부터는 서울시에서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알짜 물량이 많이 나오는데 HDC현산의 움직임이 없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의아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1년과 지난해 광주에서 발생한 붕괴사고로 인해 신규 수주 타격이 시작된 것 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들어 1월부터 7월 말 현재까지 재개발·재건축 일감을 단 한 건도 수주하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이 증가하는데다 원자잿값은 상승하고, 주택시황이 낙관할 수 없었을 정도로 집값은 하락추세를 보이는 등 주택사업을 벌이기엔 제반 환경이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10대 건설사들은 알짜 정비사업장 위주로 일감을 확보해왔다. 포스코건설은 이날 기준 수주액이 3조원을 돌파하며 선두로 치고나가고 있고 현대건설, 삼성물산, DL이앤씨, GS건설도 지난해보단 저조하지만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도 각각 1조원대 수주고를 쌓는 데 성공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기준 10대 건설사 가운데 수주액이 제로인 것은 HDC현산이 유일하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HDC현산의 붕괴사고 여파가 자의에 따른 신규수주 위축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사고 직후인 지난해 2월만 하더라도 현산은 조합에 세계적인 설계사에 의한 특화설계 및 추가부담 없는 확장공사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수주활동에 사활을 걸었고, 그 결과 안양 관양현대아파트에 이어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 아파트까지 수주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만 하더라도 사고에 대한 처벌수위가 정해지지 않아 언제 수주활동이 금지될지 모르는 만큼 최대한 많은 일감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물론 지금도 HDC현산은 수주가 가능하다. 올 2분기, 광주 학동 철거붕괴와 관련한 서울시의 행정처분이 총 1년 4개월로 내려졌지만 회사 측이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으로부터 즉각 가처분이 인용돼서다. 본안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수주활동에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해당 사고에 대한 본안판결과 지난해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건에 대한 처분까지 추가로 내려질 것에 대해 전략적으로 HDC현산이 미리 몸을 사리는 행보를 택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영업정지 처분 취소에 관한 본안판결에서는 서울시가 결정한 영업정지 기간을 법원이 임의로 줄일 수 없다. 법원은 영업정지 1년 4개월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그 처분을 아예 취소할 수만 있을 뿐”이라면서 “다만 서울시가 회사 측과 조정해 행정처분을 직권 취소할 수 있으니 회사 측이 시의 직권취소나 법원의 본안판결 취소를 염두에 두고 행보를 조심하는 것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토교통부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건과 관련해서도 행정청인 서울시에 영업정지 1년 또는 등록말소를 해달라는 요청을 했으나, 서울시는 사고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최소 1심 재판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HDC현산 관계자는 “올해 정비사업 수주액이 제로인 건 내부에서 시장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전략적 움직임을 짠 것일 뿐 광주 사고와는 관련이 없다”며 “다른 사업 부문에서는 수주를 잘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붕괴사고를 낸 GS건설에 대한 수주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토부는 GS건설의 전국 건설현장 83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으로, 내달 조사 결과에 따른 행정처분 수위를 결정해 서울시에 통보할 예정이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부실시공의 경우 시공사에 최대 6개월 영업정지 또는 1억원 이하 과징금, 등록말소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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