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허인·양종희·이동철 등 내부출신이 대권 잡을듯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KB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선출 작업을 시작하면서 향후 대권 주인공이 누가 될지 관심이 모인다. 유력 후보군으로는 윤종규 현 KB금융지주 회장과 허인·양종희·이동철 부회장 등 4인으로 꼽힌다. 각 인물들은 국내 금융권에서 내로라 할 경력을 쌓은 만큼 향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종규 회장, 대단한 업적 남겼지만···금융당국 입장이 걸림돌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최근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인선을 위한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했다. 이번 회의를 시작으로 총 4번의 회추위를 거쳐 오는 9월8일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가 확정될 예정이다.
KB금융 내·외부 후보에 대해 공정한 기회를 제공할 것을 강조했다. 투명한 선출 과정을 위해 후보자 선발 방식과 기준, 시점 등도 모두 공개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이번 KB금융 차기 회장 선출 과정이 금융권의 모범 사례가 되길 원하고 있어 KB는 경영승계 프로그램에 더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변이 없는 한 내부 출신 인물이 대권을 차지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KB금융은 사모펀드 사태를 빗겨나가는 등 내부통제 관련한 이슈에 휘말리지 않았다. ‘외풍’에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이다. 더구나 KB금융은 그간 경영승계 프로그램에 많은 공을 들였다.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3인의 부회장 체제를 운영한 것도 차기 회장 후보군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차기 회장의 유력 후보 중 한 명인 윤 회장은 4연임도 가능할 만한 업적을 남겼다. 특히 최근 손해보험업 호황과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실적이 급증한 KB손해보험(과거 LIG손해보험) 인수를 결정한 인물이 윤 회장이다. 지난 2015년 KB가 LIG손보를 인수할 당시 고가 매입이란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윤 회장은 인수를 밀어붙였다. 이후 간판을 바꿔단 KB손보는 올해 상반기 동안 5000억원이 넘는 순익을 기록했다. 보험 부문에서 KB가 압도적인 실적을 거두고 있는 이유다. 현재 금융지주 가운데 대형 손보사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KB가 유일하다.
다만 금융당국이 윤 회장이 또 그룹 지휘봉을 잡는 것에 문제의식을 갖는 점이 임기를 이어가는데 있어 걸림돌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최근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이번 KB금융 회장 인선 절차가 업계의 모범을 쌓고 후보 선정에 있어 후배들에게도 공평한 기회 제공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허인 ‘최초 3연임 국민은행장’, 양종희 ‘KB손보 성장발판 마련’, 이동철 ‘M&A 전략통’
또 다른 후보인 허 부회장은 최대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을 오랜 기간 성공적으로 이끈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2017년 국민은행 수장으로 임명된 그는 사상 최초로 3연임에 성공해 4년 간 국민은행을 맡았다. 이 기간 국민은행의 순익은 빠르게 늘었다. 더구나 국민은행장은 KB금융의 기타비상무이사도 겸직하기에 이사회 경력이 긴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부회장을 맡은 이후엔 개인고객·WM·연금·중소기업(SME) 사업을 전담했는데, 모두 성공적으로 이끌었단 평가를 받는다.
양 부회장은 최근 그룹 효자 계열사로 우뚝 선 KB손보의 성장 기반을 마련한 점을 높이 평가받는다. 그는 2016년 KB손보 지휘봉을 잡은 이후 5년 간 단기 실적보다는 내재가치(EV)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보험계약을 통해 장래에 거둘 수 있는 이익인 신계약가치를 늘리는 데 주력한 것이다. 그 결과 올해 새 회계제도가 도입된 이후 KB손보가 더 가파른 성장 속도를 기록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재무·인사·전략 등 지주와 은행에서 다양한 업무를 거친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통’이다. 그는 과거 KB금융지주가 출범하는데 있어 핵심 역할을 맡았다. 특히 2016년 KB금융이 KB증권(당시 현대증권)을 인수할 때도 실무 작업을 진두지휘 했다. KB증권은 현재 그룹 내 비이자이익을 책임지는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 했다. 지주 회장의 핵심 역할 중 하나가 인수합병(M&A)인 것을 고려하면 중요한 전문성을 갖췄단 평가다. 2018년 국민카드 대표로 임명된 이후 4년 간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CEO로서의 검증도 마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