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2차 수출계약 논의, 20兆 추가 금융 지원 요구
수출입은행, 10여년째 변화 없는 한도···정재계 빠른 증액 촉구

현대로템의 K-2전차. /사진=현대로템
현대로템의 K-2전차. / 사진=현대로템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국내 방위산업이 어느 때보다 호황인 가운데, 관련 기업의 수출량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173억달러의 지난해 수출 규모를 넘어 올해는 200억달러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단, 수출을 지원하는 국가 정책금융기관이 지원 한도에 발목이 잡히면서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화와 한국항공우주(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 한국 방산기업은 지난해 폴란드와 1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세부적으로 ▲천무 다연장로켓(5조원) ▲K-2 전차 180대(4조4992억원) ▲K-9 자주포(3조2038억원) ▲FA-50 경공격기 48대(4조2080억원) 등 총 17조원이다.

폴란드는 1차 계약 금액의 70%인 12조원의 금융지원을 우리나라로부터 받기로 협의 중이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사업 발주 국가는 부족한 재원 조달을 위해 입찰 당사국에 금융대출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금융지원 규모가 최종 수주를 좌우하기도 한다.

수출과 관련된 대표 정책금융기관은 한국수출입은행이다. 수출입은행의 법정 자본금은 15조원이다. 폴란드가 요구한 12조원으로도 대부분을 소진하게 된다. 이로 인해 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절반씩 나눠 지원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1차 계약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2차 수출 계약이 성사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나라와 폴란드 측은 2차 방산 계약을 놓고 추가 협상을 벌이고 있다.

논의 중인 물량은 K-2전차 820대와 K-9자주포 360문 등 약 30조원 규모다. 아울러 폴란드 측은 1차와 마찬가지로 2차 계약 조건에 20조원 이상의 추가 금융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계약 지원으로 수출입은행에 남은 자본금 한도는 거의 없다. 수출입은행법 시행령은 동일 차주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본금의 40~50% 이하로 제한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기업과 정치권은 수출입은행의 자본금 지원한도를 하루 빨리 늘려야 국가전략산업인 방위산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폴란드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 등과도 수출 계약이 논의 중인 상황에 현재 한도가 방위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수출입은행의 지원 한도는 10여년째 15조원에 묶여 있다. 2014년 8조원에서 15조원으로 자본금 한도가 증액된 것이 마지막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산과 함께 원전이나 태양광, 해상풍력 등 다양한 산업들의 해외 수출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며 “15조원으로 수년째 묶여있는 수출입은행의 자본한도가 국가 경쟁력 향상을 가로막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인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7일 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을 30조원으로 증액하자는 내용이 담긴 ‘수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 의원은 “수출 촉진과 국내 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증대를 위한 전략적 지원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려면 수출입은행의 자본금 한도를 현재의 갑절로 늘려야 한다”며 “방위산업은 민간 금융기관의 참여가 어려워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해 관련 기업의 수출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도 윤영석 의원의 법안 발의를 지지하고 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수출입은행의 자본금 한도를 늘리고 추가 재원 투입도 조만간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25조원으로 자본금 한도를 늘리자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심사과정에서 무산된 바 있다. 이로 인해 정치권과 기재부의 추진 노력에도 한도 상향이 또다시 좌절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많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방위산업은 국가와 기업이 아닌, 국가와 국가의 거래이기 때문에 정책금융기관의 지원 없이는 수주가 불가능하다”며 “폴란드 2차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국회 및 정부의 빠른 움직임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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