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당일 최고 상승률 평균은 226%
상장 이후 주가 내리막은 공통점
“개인은 물량 적어 효과 미미···당일 매도한 기관 성과 컸을 것”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새내기주 상장 첫날 가격 제한폭 완화 제도를 시행한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대다수 종목이 상장일에 급등한 후 내리막길을 걷는 패턴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이른바 ‘따따블’(공모가 4배 상승) 기대감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되는데, 일각에선 이번 제도 변화로 기관들만 배불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변경된 제도 적용 후 한 달···상장일 급등 후 내리막 ‘닮은꼴’
2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생체인식 기술 전문기업 시큐센은 지난달 29일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이후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큐센의 이날 종가는 3640원으로 상장 당일 장중 1만1800원까지 급등했던 것과 비교하면 69% 넘게 하락한 수치다.
시큐센은 상장 당시 시장의 큰 관심을 받은 종목이었다. 새내기주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 완화 제도가 처음 적용됐던 종목인 까닭이었다. 지난달 26일부터 신규상장 종목의 상장 당일 가격제한폭이 공모가의 60∼400%로 확대됐는데 시큐센이 ‘따따블’을 기록할지, 상장 이후 주가는 어떤 흐름을 보일지 등에 시장이 주목한 것이다.
상장일 주가 급등 후 하락세를 보이는 패턴은 대다수 새내기주에서 목격되고 있다. 채용·직무교육 플랫폼사 오픈놀은 상장 첫날 공모가 1만원 대비 200% 넘게 오른 3만950원을 기록하는 급등세를 보였다. 이후 차익 실현 매물에 내림세를 보였고 이후 거래일에서도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이날 종가는 8930원으로 공모가 아래까지 떨어졌다.
이 밖에 전기차 부품업체 알멕과 확장현실(XR) 시뮬레이터 전문기업 이노시뮬레이션도 상장 첫날 최고가 대비 41.5%, 59.82% 하락한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상장한 2차전지 장비 전문기업 필에너지와 5G 케이블·안테나 전문기업 센서뷰, 웹툰 제작사 와이랩의 주가 흐름도 이와 비슷했다.
◇ '따따블' 기대감 영향···기관 배불렸단 평가도
IPO(기업공개) 종목들이 이 같은 흐름을 보이는 배경에는 상장 첫날 ‘대박’ 기대감 영향으로 풀이된다.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이 완화되면서 기존 ‘따상’(공모가 두 배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을 넘어서는 고수익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제도 변화 이후 대박을 터뜨릴 종목에 수요가 몰렸고 첫날 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 같은 수요는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 단계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이노시뮬레이션은 기관 수요예측에서 올해 최고인 1869.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 밴드 상단에서 공모가를 결정했다. 시큐센, 필에너지, 와이랩도 1800대 1 이상의 경쟁률로 공모가가 밴드 상단 이상에서 결정됐다. 5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오픈놀을 제외하면 제도 변화 후 상장한 기업 모두 10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다.
일반 청약에서도 연이어 흥행 소식이 들렸다. 대표적으로 필에너지는 지난 5~6일 진행한 일반 청약에서 경쟁률 1318대 1을 기록하며 증거금 15조7578억원을 모았다. 이는 올해 상장한 기업 중 최대 규모였다. 국내 증시에서 뜨거운 2차전지 관련주라는 점에서 따따블 후보로 평가받은 것이 두드러진 인기를 끈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주가 흐름에 결과적으로 기관 투자자만 배를 불린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도 변화 이후 상장한 7종목(시큐센, 오픈놀, 알멕, 이노시뮬레이션, 필에너지, 센서뷰, 와이랩)을 살펴보면 상장일 최대 상승률 평균은 공모가 대비 226%였다. 기존 따상이 공모가 기준 최대 260% 상승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따상에 근접하는 상승률이 연이어 나온 셈이다. 이에 당일 매도가 불가능한 확약비율을 고려하더라도 개인보다 많은 물량을 가져가는 기관 투자자의 수혜가 컸을 것이란 평가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높아진 경쟁률 탓에 개인들은 기껏해야 1~2주 받는 것이 전부라는 점에서 큰 이득이라고 보기는 쉽지 않다”며 “상장 첫날 가격 발견기능이 잘 작동하기는 했지만 투기적인 성격이 짙어졌고, 청약이 아닌 시장에서 새내기주를 매수할 때 리스크가 높아졌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