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회의서 장기수선충당금 분산 예치 입주민 대표 합의 통해 의결
언제든지 새마을금고 등 1곳의 제2금융권으로 집중 예치 가능성 제기
당초 이자이익 추구가 목적이 아닌 만큼 관리규약 개정해야 리스크 해소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 여파가 아파트 입주민 간 갈등으로 확산되는 중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 여진이 분산 예치 이슈를 넘어 아파트 입주민 간 갈등으로 새로운 국면으로 맞이하고 있다. 분산 예치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본질적인 내용을 둘러싸고 입주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새마을금고 사태가 야기한 나비효과가 아파트 입주민 간 갈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 여진이 분산 예치 이슈를 넘어 아파트 입주민 간 갈등으로 새로운 국면으로 맞이하고 있다. 분산 예치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본질적인 내용을 둘러싸고 입주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새마을금고 사태가 야기한 나비효과가 아파트 입주민 간 갈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최근 MG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여파로 장기수선충당금(장충금) 분산 예치를 두고 내홍을 빚었던 서울의 한 아파트가 입주민 대표 간 합의로 갈등이 일단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규약 상 언제든지 다시 1곳의 새마을금고로 집중 예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련 규약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를 놓고 입주민 간 갈등이 다시 재현되면서 MG새마을금고 부실 사태발(發) 여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성북구 안암동 래미안아파트는 정기회의에서 장기수선충당금 분산 예치 건에 대해 입주민 대표 합의를 통해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기수선충당금이란 아파트 주요시설 관리에 필요할 때 쓰기 위한 저축액 같은 개념이다. 수리, 교체, 조경, 도색 등 교체 및 보수를 위해 필요한 돈을 충당하고자 한 달에 한 번씩 징수하는 특별관리비를 의미한다. 

안암동 래미안아파트의 경우 적립된 장기수선충당금 총 10억2000만원에서 약 80%에 해당하는 8억원이 안암동새마을금고에 예치돼 있는데 이 중 4억2000만원은 중도해지해 SC제일은행, IBK기업은행, 우리은행에 분산예치 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오는 12월에 만기도래하는 3억원 규모의 정기예금도 만기 시 시중은행에 예치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앞서 해당 아파트는 분산 예치 사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동대표들 간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일부 동대표들이 분산 예치하자는 안건을 반대하면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나 재물손괴죄, 배임 등의 법적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선례를 감안할 때 언제든지 다시 새마을금고 등 1곳의 제2금융권으로 집중 예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관리규약 개정이다. 예를 들어 일정 비율 이상을 시중은행에 예치하겠다는 내용으로 규약을 개정하면 해당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부 동대표들의 반대로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동대표 회장의 설명이다. 관리규약 개정을 못한다면 언제든지 관련 문제가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실제 동대표 감사 A씨는 안암동새마을금고 전무로 일하고 있어 이해 충돌 우려가 있는데다 아파트 규약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해당 사안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동대표 회장의 주장이다. 현재 분산예치를 주장했던 동대표 회장은 사태 책임을 지고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반대했던 일부 동대표들은 동대표직을 사임하지 않겠다는 상황이다. 최형준 안암동 래미안아파트 동대표 회장은 "현재까지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지만 이번 새마을금고 사태를 계기로 부실 우려 등의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암동 래미안아파트는 지난 2005년 6월에 입주한 528세대 아파트다. 입주한 해부터 지금까지 약 18년째 장기수선충당금 대부분을 안암동새마을금고에 예치해왔다. 신민호 전국아파트연합회 서울지부 사무처장은 "제2금융권 이자율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예금자 보호 한도가 5000만원이기 때문에 한 금융기관에 집중 예치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며 "무조건 높은 금리를 추구하기보다는 안전성에 초점을 맞춰 분산 예치하는 것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파트에 따라 2금융권에는 예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실제 안암동 래미안 아파트와 비슷한 규모의 성북구 정릉2차e편한세상(527세대)이 대표적인 예다. 박상환 정릉2차e편한세상 아파트 동대표 회장은 "장기수선충당금의 경우 당초 이자이익 추구가 목적이 아닌 만큼 어느 자금보다 안전성을 제1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필요 시 사용 용도에 따라 구분해서 제1금융권 중심으로 예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암동 래미안아파트 주민들 간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 예치된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부실 우려 사태로 상대적으로 안전한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으로 분산 예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굳이 개정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반응도 나온다. 다만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이 법적 예금 보장 한도를 훌쩍 상회하는 10억원이 넘는 거액인데다 일부 동대표의 이해충돌 논란을 고려하면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 여진이 분산 예치 이슈를 넘어 아파트 입주민 간 갈등으로 새로운 국면으로 맞이하고 있다. 분산 예치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본질적인 내용을 둘러싸고 입주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사태가 야기한 나비효과가 아파트 입주민 간 갈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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