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시범·한양, 목동9·14단지, 상계주공5 등 신탁방식
시공사와의 협상력·자금조달 책임까지 장점 부각되지만 성공사례 많지 않단 한계도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중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양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중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양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 내 재건축 1번지로 꼽히는 여의도, 목동 등이 조합 없는 재건축에 나서고 있다. 일반적으로 추진위를 거쳐 조합을 설립한 후 시행 업무를 보는 것과 달리 신탁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추진위원회와 조합설립인가 단계가 삭제돼 사업속도가 빠르다는 장점과 조합 대비 전문성을 갖고 시공사와 협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된 영향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과 수정아파트는 한국자산신탁과, 한양과 공작아파트는 KB부동산신탁, 삼익은 한국토지신탁을 각각 신탁사로 선정했다. 또 양천구에서도 목동9단지가 올 상반기 한국자산신탁을 재건축 사업 우선협상대상 예비신탁사로 선정했고 목동14단지는 KB부동산신탁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밖에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역시 한국자산신탁을 사업시행자로 두고 있다.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토지 등 소유자의 일정 기준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신탁사를 시행사로 선정해 사업 초기부터 시공사 선정을 거쳐 마무리 단계까지 신탁사가 온전히 맡는 신탁시행과, 조합이 신탁사에 자금관리 업무를 맡기만 신탁대행이 있다. 두 방식 모두 신탁사가 자금관리를 맡기 때문에 간혹 일부 정비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조합 임원의 횡령이나 배임 등을 막을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전문성과 자금조달력에서도 조합 보다 낫다는 평을 받는다. 조합은 소유주들로 구성돼 애착은 있어도 건설부문 전문가로 구성된 집단이 아니다 보니 위기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조합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조합과 비대위간 갈등이 없어 사업속도가 늘어질 일도 없다. 반면 신탁사는 자체 자금이나 신용으로 정비사업에 드는 비용을 부담한다. 특히 수년 전부터 시공사와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생기면서 재건축 추진단계의 단지들이 조합보다 신탁방식이 더 낫다는 판단하에 택하는 분위기다.

대전 용운동 용운주공을 재건축 한 e편한세상 대전 에코포레는 신탁방식 재건축의 대표사례로 꼽힌다. 이곳은 지난 2004년 재건축 추진위가 설립된 이래로 10여년 간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이후 2016년 신탁사의 정비사업 진출이 허용된 이후 한국토지신탁을 재건축 사업대행자로 선정해 1년 만에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현재 입주 3년차를 맞았다.

이 같은 까닭에 신탁사의 정비사업 수주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2016년 신탁사의 정비사업장 진출 초기에는 시행건수가 6건에 불과했으나, 2017년 15건을 거쳐 2020년에는 31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5월 말 기준 8건의 신탁사 수주 실적을 쌓으며 약 7년 간 161건의 사업 수주로 총 수주고는 47조원 이상을 쌓았다.

다만 분양수익금의 3% 내외를 신탁사에 수수료로 내면서 비용이 증가하는 점, 신탁방식의 도시정비사업 진출 역사가 짧다 보니 성공사례도 많지 않다는 점 등은 한계로 꼽힌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신탁사가 재건축 사업장에서 이윤을 가져갈 수 있는 건 신탁수수료와 신탁계정을 통한 대여금 이자인데, 과거에 비해 수수료가 낮아진 점도 신탁방식 붐이 일게 된 요인 중 하나”라며 “신탁방식의 성공사례가 더 늘어나면 정비사업 내 영향력도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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