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8일 6명 추린 1차 숏리스트 확정
외부 변수 크지 않아···3인 부회장 중심 후계구도 전망
내부 변수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4연임 도전 가능성
당국, 회장 선임 절차 관련 업계 모범 주문···"적절한 시기에 연임 도전 포함 거취 표명 예상"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KB금융그룹이 차기 회장 선임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다음달 8일 6명을 추린 1차 숏리스트가 확정되는 가운데 향후 과정과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부 변수가 크지 않아 3인의 부회장을 중심으로 후계구도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4연임 도전 가능성이 변수로 제기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와 관련해 업계의 모범이 돼달라고 주문한 만큼 당국 반응과 함께 윤 회장 개인의 연임에 대한 의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 평가와 선임 절차 등 세부 준칙을 확정했다. 회추위는 비공개 롱리스트(1차 후보군) 명단에 포함된 20명(KB금융 내·외부 인사 각 10명)을 평가해 8월 8일까지 상위 후보자 6명(1차 숏리스트)을 추리기로 했다. 이어 인터뷰와 평판 조회 등을 거쳐 다음 달 29일 후보자를 3명(2차 숏리스트)으로 압축한다. 3명에 대해서는 또 한 차례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오는 9월 8일 최종 후보자 1명을 선정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회장 후보를 뽑기 위한 롱리스트 인원이 올해의 절반인 10명이었고 쇼트리스트 선정도 1차만 진행했었다. 두 차례 인터뷰와 외부 기관을 통한 평판 조회 등을 도입하는 등 검증 절차가 깐깐해졌다는 평가다. 내·외부 후보 간 공정성 확보를 위해 2차 쇼트리스트 3명에 포함된 외부 후보에 대해서는 내부 후보보다 인터뷰 시간을 늘리고 KB금융 내부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기로 한 점도 눈에 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독립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핵심 원칙으로 최적의 적임자가 차기 회장으로 선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종 후보자가 관련 법령에서 정한 자격 검증을 통과하게 되면 오는 9월 12일 회추위와 이사회의 추천 절차를 거쳐 11월 20일에 개최되는 주총을 통해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앞서 회추위는 반기마다 20명 규모로 차기 회장 잠재 후보군을 관리해왔다. 내부 후보 10명에는 윤 회장을 비롯해 허인·양종희·이동철 KB금융 부회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등 그룹사 최고경영자(CEO)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 후보 10명은 서치펌 등 전문기관 추천을 받은 금융권 CEO 출신 인사 등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외부 인사 변수가 있긴 하지만 KB금융 차기 회장은 내부 출신이 될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지난 2014년 취임한 윤 회장이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현 KB증권),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 인수를 통해 KB금융을 리딩뱅크로 키우면서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다졌고 2020년부터 그룹 부회장직을 신설해 후계 구도도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변수는 윤 회장의 4연임 도전 가능성이다. KB금융의 경영승계규정을 살펴보면 '회장 선임 및 재선임 시 연령은 만 70세 미만'이라고 규정돼 있다. 윤 회장은 1955년생으로 올해 만 68세다.
윤 회장은 다양한 이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성과를 올려 금융그룹을 반석위에 올려놓은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9년 간(3연임) KB금융지주를 이끌면서 탄탄한 지배구조 기틀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결국 윤 회장 개인의 연임 의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회장의 의중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금융당국은 일단 더 이상은 안된다는 듯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용퇴 결정을 치켜세우는 한편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면서 인선마다 강한 입김을 넣어왔다.
이 원장이 최근 KB금융 인선과 관련해 "선진적인 지배구조 선례를 만들어줬으면 한다"며 잇따라 발언한 것도 현 정부 의중과 일맥상통하는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KB금융이 이번에 인선 절차와 평가 방식 등 내용을 이례적으로 상세히 설명하고 외부 후보에 대한 공정성을 강조한 것도 당국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윤 회장이 앞으로 진행되는 인선 과정에서 적절한 시기에 연임 도전 여부를 포함해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