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 잇따른 실적 부진, 6개월 만에 대표 교체
롯데와 달리 기존 경영 방침 고수, 유료회원제 집중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롯데하이마트와 가전양판점 양강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전자랜드 실적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전자랜드는 업계 최초로 유료회원제를 도입하며 전용 매장을 오픈해 실적 회복을 꾀하고 있다. 전자랜드는 ‘상품 전문가’로 통하는 김형영 상무를 새 대표로 맞은 가운데 기존 경영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체질 개선을 일굴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전자랜드를 운영하는 에스와이에스리테일은 김형영 전자랜드 유통사업부 상품팀 상무를 새 대표로 내정했다. 김 신임 대표 임기는 오는 8월1일부터다. 이는 김찬수 전자랜드 대표가 취임한지 6개월만에 사임한 후 결정된 것이다.

에스와이에스리테일 실적 추이. / 자료=에스와이에스리테일, 표=김은실 디자이너
에스와이에스리테일 실적 추이. / 자료=에스와이에스리테일, 표=김은실 디자이너

김 전 대표가 사임한 배경에는 전자랜드 실적 부진이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스와이에스리테일은 지난해 매출 72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09억원으로, 1년 사이 91억원이나 늘었다. 전자랜드는 올 1분기에도 매출 1407억원을 내며 전년 대비 22% 역신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랜드는 11년째 자본잠식 상태다. 전자랜드는 지난해 자본잠식률 82.6%로 전년 대비 41.7%포인트 확대됐다. 전자랜드 부채비율도 2018년 636.1%에서 지난해 1980.7%로 대폭 상승했다. 기업들은 통상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가면 재무건전성이 온전치 않다고 판단한다.

결국 김찬수 대표가 사임하자 전자랜드는 김형영 상무를 새 대표로 내정했다. 그간 김 전 대표 사임으로 전자랜드가 2세 경영을 시작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지만, 전자랜드는 김 상무를 새 대표로 맞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한다. 김 신임 대표는 1994년 평사원으로 전자랜드에 입사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상품 전문가로 통한다.

가전양판업계 강자 롯데하이마트가 희망퇴직, 점포 효율화로 올 2분기 흑자를 낸 것과 달리 전자랜드는 기존 경영 방침을 고수할 계획이다. 전자랜드는 실질적인 개선책으로 업계 최초 유료회원제 매장을 도입하고 있다. 해당 매장은 전자랜드 유료멤버십 회원에게 제공하는 오프라인 쇼핑 공간으로, 온라인 최저가에 준하는 가격에 추가 적립 및 할인이 가능하다. 전자랜드 유료멤버십 연회비는 스탠더드(3만원), 프리미엄(5만원) 등이다.

오는 8월1일 전자랜드 대표직을 이어받는 김형영 상무. / 사진=전자랜드
전자랜드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된 김형영 상무. / 사진=전자랜드
20일 현대아울렛 동대문점에 오픈한 전자랜드 첫 서울권 유료회원제 매장. / 사진=한다원 기자
20일 현대아울렛 동대문점에 오픈한 전자랜드 첫 서울권 유료회원제 매장. / 사진=한다원 기자

이날 전자랜드는 현대아울렛 동대문점에 숍인숍 형태로 유료회원제 매장을 열었다. 이번 매장은 서울권 첫 유료회원제 매장이다. 전자랜드는 오는 27일 전남 순천시에도 유료회원제 매장을 추가할 계획이다. 현재 전자랜드 유료회원제 매장은 4개다.

점심시간에 맞춰 매장을 구경하던 직장인은 “구매하려고 했던게 있는데 오늘 보니까 여기(전자랜드) 매장이 저렴한 거 같아서 가족들에게 사진으로 공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전자랜드의 기존 경영 방침 고수가 얼마나 통할지 미지수다. 롯데하이마트가 올 2분기 흑자를 낸 배경에는 재고자산을 처분하는 동시에 오래된 점포 리뉴얼, 폐점을 단행한 것이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올 상반기에만 24곳을 폐점했고, 지난해 말 391개였던 매장수는 267개로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롯데하이마트가 점포 효율화로 적자 50억원가량을 줄였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전자랜드는 코로나 사태 여파로 온라인 소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오프라인 매장을 늘려왔다. 2018년 110개였던 전자랜드 매장은 지난해 말 135개로 늘었다. 해당 기간 매장관리비도 90억원에서 114억원으로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전양판점은 전자제품 크기 때문에 점포 규모 역시 크다”며 “점포 하나 줄이는데 비용 절감이 많이 되어서 점포 효율화가 실적 개선을 위한 최고의 수단”이라고 밝혔다.

가전양판점 업계에 따르면 가전제품 시장은 10년 주기로 판도가 바뀐다. 2000년도에는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대리점이 주를 이뤘다면 2010년에는 가전양판점 위주로 시장이 성장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를 겪으며 가전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게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늘었고, 이커머스도 무상AS부터 배송까지 제공해 시장을 키웠다. 또 백화점도 객단가 높은 가전제품을 대상으로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경쟁력을 더하고 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 가전 시장이 전체적으로 매출이 잘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별도 인원을 정리하거나 매장을 없애는 대신 유료회원제 매장 등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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