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나노 테크 데이 통해 미래 나노 소재 기술 공개
차량 손상 부위를 2시간만에 스스로 복원···외부 스크래치 및 카메라 렌즈 등 복구
태양 전지 에너지 효율 극대화 통해 전기차 주행거리 늘리고 충전시간 감소
유리창, 루프, 후드 등에 태양 전지 적용해 에너지 효율 30% 이상으로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차량이 긁히는 일을 경험해봤을 것이다. 범퍼나 도어에 작은 흠집이 있어도 주행에는 문제가 없지만, 수리를 하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 그냥 두기에는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다.
현대자동차·기아는 나노 소재 신기술을 통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영화 ‘어벤져스’에 등장한 아이언맨의 나노 슈트처럼 손상된 부위를 스스로 복원하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밖에도 현대차는 부품 마모를 줄여주는 고분자 코팅과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태양 전지, 차량 내부 온도를 낮춰주는 투명 필름 등 각종 나노 소재 기술 등을 공개했다.
20일 현대차는 ‘나노 테크데이’를 열고 개발 중인 나노 신기술을 선보였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로,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해당한다. 작은 크기 단위에서 물질을 합성하고 배열을 제어해 새로운 특성을 가진 소재를 만드는 것을 나노 기술이라 부른다.
이종석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장 부사장은 “미래모빌리티 발전을 위해 소재 개발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보고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소재 혁신은 기술 혁신의 근간으로 앞으로도 첨단 소재 기술을 선행적으로 개발해 미래모빌리티에 적극적으로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1970년대부터 소재 연구를 시작했으며, 1990년대에는 첨단 소재 연구 조직을 갖춰 대규모 투자와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동화,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자율주행 등 미래모빌리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소재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소재 단계에서 특성을 이해하고 개선하면 부품이나 완성차 문제점을 미리 알고 예방할 수 있으며, 소재가 다양한 개별 기술들과 결합했을 때 전체 완성도 또한 높일수 있다.
◇ 차량 손상 부위를 스스로 치유···카메라·라이다·도장면 등에 활용
외부 노출이 잦은 자동차의 특성상 상처나 마모는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자율주행 시대를 맞아 자동차 곳곳에 라이다와 카메라가 설치돼있는데 오랜 기간 주행을 하다보면 상처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외부환경을 정확히 인지하는 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현대차는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 기술을 통해 차량 외관이나 부품에 손상이 발생했을 때 스스로 손상 부위를 치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셀프 힐링 기술은 상온에서 약 2시간만에 회복이 가능하고 반영구적으로 치유가 가능하다. 셀프 힐링 소재가 코팅된 부품에 상처가 나면 분열된 고분자가 화학적 반응에 의해 맞닿아 있던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활용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선 온도를 약 80도로 올려 자체 복원 속도를 올렸으며, 상처가 난 부위가 약 15초만에 원래대로 돌아왔다.
기존에도 셀프 힐링 기술이 상용화된 적은 있으나 대부분 1회성으로 반복적으로 치유가 어려웠다. 또 일부 완성차 업체가 시도했던 기술은 별도 가열 장치 없이는 작동하지 않아 전면부 그릴 등 한정된 부위에만 적용됐다.
현대차그룹의 셀프 힐링 기술은 이같은 한계를 넘어 다양한 부위에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우선 자율주행 핵심 부품인 카메라 렌즈와 라이다 센서 표면 등에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고객 안전을 위해 가장 효과가 클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향후에는 차량의 도장면이나 외장 그릴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4계절이 뚜렷한 국내 환경을 고려해 혹독한 외부 환경에서도 셀프 힐링 성능을 유지하고 발수와 절연과 같은 기능을 더하기 위한 연구도 지속할 방침이다.
아울러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 기술도 선보였다.
나노 캡슐이 포함된 고분자 코팅을 부품 표면에 도포하면 마찰 발생 시 코팅층의 오일 캡슐이 터지고 그 안에 들어있던 윤활유가 흘러나와 윤활막을 형성하는 원리다.
현재 차량에는 부품 운동 특성을 고려해 그에 적합한 윤활제가 적용된다. 액체 윤활이 불가능한 부품에는 ‘그리스(Grease)’와 같은 반고체 윤활제가 적용되는데, 급유나 교환, 세정이 까다롭고 액체 윤활에 비해 냉각 효과가 적어 고속 회전 부품에는 사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또 높은 온도와 압력을 견뎌야 하는 베어링 같은 부품에는 고체 윤활제가 사용되고 있으나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회사가 개발한 오일 캡슐 기술은 액체와 고체 윤활제의 장점을 모두 갖춘 것이 특징이다. 나노 캡슐 내에 액체 윤활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낮은 비용으로도 높은 윤활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고체 윤활제와 같이 넓은 범위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 윤활 효과도 길어 현대차 자체 시험 결과 코팅 효과가 부품 수명이 다할때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술은 발열과 마찰이 큰 차량 핵심 동력 전달 부품에 적용해 내구성과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전기차 모터와 감속기어 회전량 손실을 줄여 전비를 높이고 부품 수명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엔진 구동력을 바퀴에 전달하는 드라이브 샤프트에 해당 기술을 적용해 양산을 목표로 제품을 개발 중이다.
◇ 전기차 에너지 효율 높이기 위해 나노 소재 태양 전지 기술 개발
최근 전기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가운데 완성차 업계에선 주행거리 확대와 충전시간 축소가 최우선 해결 과제로 꼽히고 있다.
현재 전기차 에너지 시스템은 배터리 의존도가 높아 극적인 에너지 효율 향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태양 전지 기반 고효율 에너지 생산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향후 전동화 차량에 활용할 계획이다.
기존 태양전지는 실리콘 소재를 기반으로 만들어 차량 유리창처럼 투명해야 하는 부분에는 적용이 어려웠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투명 태양 전지’ 기술을 개발했다. 투명 태양 전지는 우수한 전기적, 광학적 특성을 지닌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활용한 점이 특징이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빛을 전기로 바꾸는 광전효율이 높아 태양 전지로 제작했을 때 에너지 효율이 실리콘 태양 전지 대비 30%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페로브스카이트는 투과성이 뛰어나 광흡수층 두께 조절을 통해 태양광 에너지 효율 향상과 투명상태 구현을 모두 실현했다.
특히 기존 셀 단위(1㎠)의 소면적 연구에서 벗어나 대면적(200㎠ 이상) 투명 태양전지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모듈 단위로 커진 상황에서도 1.5와트(W)급 성능을 보이는 투명 태양전지를 개발한 것은 세계 최초다.
이를 통해 기존 실리콘 태양 전지가 지붕 위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된다는 한계에서 벗어나, 차량 내 모든 유리창에 태양 전지를 적용해 전기차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실리콘 태양 전지 위헤 페로브스카이트를 적합해 만든 ‘탠덤 태양전지’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35% 이상 끌어올리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후드, 루프, 도어 등 태양열을 직접적으로 많이 받는 부위에 탠덤 태양 전지를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일상 주행이 가능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일 평균 태양광 발전만으로(국내 평균 일조량 4시간 기준) 20km 이상의 추가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투명 냉각 필름으로 여름철 차량 실내 찜통 더위 해결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은 차량 유리에 부착해 더운 날씨에도 에어컨 활용 없이도 차량 내부 온도를 낮춰준다.
특히 차량 글라스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양산성을 고려해 대면적화까지 성공한 것은 현대차그룹이 최초다.
해당 소재는 다층 필름 구조로 이뤄져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자외선, 가시광선, 근적외선과 같은 열을 차단하고 효과적인 복사 냉각을 위해 원적외선대의 열을 방사한다.
기존 틴팅 필름이 외부 열 차단만 가능한 반면,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은 열이 외부로 방출되도록 하는 기능이 추가돼 차량 내부 환경을 쾌적하게 하는 동시에 탄소 저감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 자체 실험 결과 복사냉각 필름을 부착한 차량은 기존 틴팅 필름 적용 차량보다 최대 7도가량 실내 온도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향후 미래모빌리티의 경우 유리 면적이 넓어지고 있는 추세라 해당 기술 활용도는 더 커질 전망이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압력 감응형 소재’도 공개했다.
해당 기술은 별도 센서 없이 소재에 가해지는 압력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 탑승자 체형 부위에 맞춰 시트 발열 기능을 실현한다. 탑승자가 시트에 닿지 않는 부위는 발열을 최소화해 소비 전력을 줄이고, 전기차의 경우 추가 주행거리 확보도 가능하다.
시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압력이 가해지면 탄소나노튜브의 접촉이 증가해 저항이 줄어들고 전류량이 늘어나 해당 부위에 발열이 발생하는 원리다.
이 기술은 자율주행 시대에는 다른 센서를 대신해 탑승자의 정확한 자세 감지가 가능하고 호흡, 심박수와 같은 생체 신호를 감지해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서비스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