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CAF), 암세포 증식 촉진하고, 암 증식에 필요한 혈관생성 증가케 해
CAF 표적 항암제 연구 활발하지만, 조절 체계·작용 기전 파악에 어려움
압타바이오 AB-19, 녹스 효소 통제해 CAF 억제···"단독치료제 사용 기대"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압타바이오가 암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암연관섬유아세포 카프(CAF)를 제어하는 기전의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CAF 제어 기전 약물은 면역항암제의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아직 CAF 제어 신약이 없기 때문이다.
19일 압타바이오는 글로벌 제약사와 함께 카프(Cancer associated fibroblast·암연관섬유아세포·CAF)제어 기전 차세대 면역항암제인 AB-19의 연구 협력방안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압타바이오의 파이프라인 AB-19는 암세포 주변 종양미세환경에서 CAF(Cancer associated fibroblast)를 억제하는 기전의 약물이다. CAF는 암 미세환경을 구성하는 핵심요소로 알려졌다.
최근 암세포 주변을 의미하는 ‘암 미세환경(cancer microenvironment)’이 항암치료에서 주목받는다. 암 미세환경이 암세포와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암 미세환경은 암의 진행과 전이, 항암제 내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항암제의 새로운 표적으로 집중적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기존 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다.
암 미세환경을 구성하는 것은 암 주변 염증세포·혈관세포·섬유아세포(fibroblast)·세포외 기질 등이다. 그중 CAF는 콜라겐 등 조직성분을 합성하는 세포로, 암세포 주위에 존재하는 섬유아세포 결합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세포다. 특히 암 미세환경의 핵심 요소이자 암의 진행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CAF는 암세포의 증식을 촉진하거나, 암의 증식에 필요한 혈관생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먼저 각종 성장인자 (EGF·TGFβ·HGF·IL6)를 발현해 암세포 증식을 촉진한다. 또한 다른 염증세포를 암세포 주변으로 불러들여 암의 증식과 침습을 일으킨다. 혈관내피성장인자를 분비해 암의 증식에 필요한 혈관 생성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항암제 내성을 일으키는 핵심 원인이기도 하다. 또한 항암제로부터 암세포를 지키고,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를 차단하거나 기능저하를 유도해 항암제를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암세포보다 훨씬 많은 수의 CAF가 암세포 주변을 보호한다. 실제 기존 항암제에 효과가 없는 암 환자 조직은 CAF가 심하게 증식한 상태라는 설명이다. 로슈의 면역항암제인 아바스틴(베바시주맙)에 대한 약제 내성이 CAF 때문이라는 최근 연구결과도 있다.
이에 CAF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가 연구돼왔다. 암세포의 증식과 침습, 혈관 전이 후 암세포의 정착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CAF를 억제하면 악성종양의 진행과 전이를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또한 CAF가 분비하는 항암제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들을 억제함으로써, 기존 항암제의 효과를 높이고자 함이다. CAF가 무력화하는 암세포에 대한 인체 면역반응 정상화도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CAF 제어 신약은 아직 없는 상태다. CAF의 고유한 핵심 신호전달, 유전자 조절 체계 등 작용과 조절 기전에 대한 파악이 쉽지 않아서다. 글로벌 제약사 역시 면역항암제 미충족 수요 해결을 위한 약물로 CAF 제어 약물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CAF는 한 종류의 세포로 된 단일한 집단이 아닌, 수많은 하위 그룹으로 이루어진 다양성을 지닌 집단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압타바이오의 AB-19는 녹스(NOX·NADPH oxidase) 효소를 통제해 CAF를 억제한다. 녹스 효소가 CAF의 주요 생성인자라는 게 압타바이오 측 설명이다. 총 7가지의 녹스 효소는 암의 성장·혈관신생·전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스 효소(NOX1)가 대장암, 전립선암, 유방암 등에서 과발현돼 있다는 점이 확인됐으며, NOX효소(NOX2)의 증가는 활성화산소(ROS) 증가와 밀접한 상관관계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AB-19는 녹스 효소를 통제, CAF생성을 원천적으로 억제(CAF inactivation)하는 등의 작용으로 면역세포나 면역항암제가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암세포를 사멸한다는 게 압타바이오의 설명이다. 압타바이오 측에 따르면, AB-19는 동물실험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 압타바이오는 AB-19를 통해 면역항암제가 듣지 않는 환자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100조 원 규모 차세대 면역항암제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압타바이오 관계자는 “CAF는 암 세포 주변을 딱딱하게 둘러싸고 있어 면역세포 접근을 어렵게 한다”며 “AB-19는 그 단단한 섬유질을 해체해 면역치료제가 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면역항암제는 병용투여를 주로 하지만, AB-19는 단독 투여 시에도 효과가 있는 물질”이라며 “단독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