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측 “재판부 직권으로 변론 재개···석명권 행사할 듯”
검찰, 공정위 고발 3개 중 2개 ‘불기소’···허영인 회장 ‘밀다원 저가양도’ 혐의 재판 중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SPC그룹 계열사 5개 사에 부과된 647억원의 과징금이 적법했는지 가리는 행정소송 판결선고가 미뤄졌다.
재판부 직권으로 이뤄진 결정으로 구체적인 변론 재개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행정6-2부(부장판사 홍성욱·황희동·위광하)는 19일 예정됐던 파리크라상·에스피엘·비알코리아·샤니·SPC삼립 등 5개 사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 판결 선고를 취소하고 변론 재개를 결정했다.
원고 측 관계자는 “재판부로부터 일정 변경 통보가 왔으나 구체적 이유는 알지 못한다”며 “판결문 작성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석명을 구할 사안이 생기지 않았을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2020년 7월 공정위가 SPC그룹의 삼립에 대한 부당지원을 이유로 계열사들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647억원 과징금을 부과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SPC 측이 제기한 행정소송이다.
공정위는 SPC가 총수 일가 개입 아래 2011년 4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약 7년간 그룹 내 부당지원을 통해 삼립에 총 414억원 상당의 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 제재 사유는 ▲판매망 저가 양도 및 상표권 무상 제공 ▲밀다원 주식 저가 양도 ▲통행세 거래 등이다.
SPC 측은 일련의 과정이 삼립을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정당한 경영활동이었다고 항변한다. 회사는 공정위 제재 사유 모두를 다투고 있다.
검찰은 최근 공정위의 고발 사안 중 ▲판매망 저가 양도 및 상표권 무상 제공 ▲통행세 거래 등을 증거불충분에 의한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회사의 일련의 행위가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및 지배권 강화 목적이 아닌지 의심하고 수사해 왔으나, 혐의를 입증하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판매망 저가 양도 및 상표권 무상 제공’은 2011년 4월~2019년 4월 샤니의 판매 및 연구개발 부문 무형 자산을 정상가격보다 저가에 삼립에 양도해 12억1000만원을 부당지원하고, 삼립이 샤니의 상표권을 무상으로 사용하게 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이들 거래가 양산빵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며 회사에 해를 끼친 행위나 배임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통행세 거래’는 2013년 9월~2018년 7월 파리크라상·에스피엘(SPL)·비알코리아 등 3개 제빵 계열사가 밀다원·에그팜 등 8개 생산 계열사의 제빵 원재료 및 완제품을 삼립을 통해 구매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총 381억원을 부당 지원했다는 내용이다. 이 역시 검찰은 삼립이 유통과정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보고 부당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봤다.
검찰의 이번 불기소로 허영인 회장은 ‘밀다원 주식 저가 양도’ 혐의(특경가법상 배임, 범죄사실 액수 180억여원) 한 건만 재판을 받게 됐다. 이는 삼립 소액주주가 고발한 사건으로,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허 회장 일가가 증여세 부과를 회피하기 위해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 저가 양도해 샤니에 58억1000만 원, 파리크라상에 121억600억 원의 손해를 입히고 삼립에 197억70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줬다고 본다. 검찰은 밀다원 주식의 적정가액을 주당 1595원, 허 회장 측은 주당 255원을 주장하고 있다.
전날 진행된 첫 공판기일에서 재판부는 당시 그룹의 준법경영실장을 지냈던 정아무개씨를 증인신문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5일 두번째 공판에서 계열사 회계담당자 등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