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서 기자간담회 개최···지향점·중장기 성장전략 발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 4조 원 현금 창출 전망, 현금 바탕 3가지 기술 기반 투자"
미국 현지에 구축한 영업망 통해 제2신약 선보일 계획···지속 성장 모델 확립할까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략과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지원 기자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략과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지원 기자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의 지속적인 성장과 이에 따라 창출된 현금을 바탕으로 혁신 신약 플랫폼 기술 3가지에 투자한다. SK바이오팜이 구축한 미국 내 직판 영업망을 통해 '제2의 신약'을 선보이고, 빅 바이오텍(Big Biotech)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18일 SK바이오팜은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회사의 지향점과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밝혔다. 이날 발표를 맡은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우리 매출이 어떻게 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인가에 대해 말씀드리고, 그 현금 창출력을 가지고 제2의 특허 신약을 개발하는 방법론, 미래 전략 방향을 말씀드리겠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사장은 먼저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의 월간총처방수(TRx)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엑스코프리는 지난 3월 처음으로 TRx가 2만건을 넘어섰다”며 “내년 총 처방수는 3만 건을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했다. 올 연말 분기 기준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고, 내년부터는 흑자 전환할 것이란 게 SK바이오팜 측 전망이다. 

현재 미국에서 엑스코프리는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1위는 UCB의 3세대 뇌전증 치료제 ‘브리비액트’다.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가 곧 경쟁제품을 넘어서 시장 점유율 1위이자 뇌전증 적응증에 총 처방수가 가장 많은 제품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엑스코프리 처방현황./자료=SK바이오팜

 

수익성도 기대된다. 엑스코프리의 마진률은 무려 90%를 넘어선다는 설명이다. “원가율이 10% 미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다다르고 난 후에는 매출 대부분이 전부 수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 직판 영업망을 갖춘 점도 작용했다. SK바이오팜은 미국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120여 명이 현지 영업 인력을 갖췄다. 

특히 엑스코프리의 높은 마진률에 따라 확보할 수 있는 현금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회사측은 전망했다. SK바이오팜 측은 2029년 엑스코프리의 실적을 미국 연간 매출 10억달러(약 1조2700억원), 영업이익 6억달러(약 7600억원)로 각각 전망했다. 

그러면서 엑스코프리를 통해 향후 2033년까지 국내 제약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금액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수익이 나기 시작하면, 마진률이 높기 때문에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전망”이라며 “엑스코프리는 향후 7~8년 동안 꾸준히 현금을 창출, 2030년까지 총 4조 원 이상의 현금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자료=SK바이오팜, 표=김은실 디자이너

 

엑스코프리로 창출한 현금흐름으로는 ‘빅 바이오텍’이 되겠다고 밝혔다. 빅 바이오텍은 회사 가치가 10조 원 넘어가는 회사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면서도 빠른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조직이다. 안정적 현금 창출력과 3가지 신규 모달리티(치료접근법)를 통해 2026년까지 150억 달러(약19조 원)의 가치를 지닌 글로벌 빅 바이오텍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SK바이오팜은 다음 상업화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3대 기술 기반을 선정했다. SK바이오팜이 선점하고자 하는 기술은 ▲방사성의약품치료제(RPT) ▲표적단백질분해(TPD)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3가지다. 

RPT는 세포를 죽이는 방사선 동위원소를 표적 물질에 결합해 미량을 체내에 투여해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한 차세대 항암 치료제 기술이다. 이 사장은 “최근 한 대형제약사에서 선보인 방사선 의약품인 전립선암 치료제는 공급망 병목 현상이 발생하며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사선동위원소를 구하기 그만큼 어렵기 때문인데, 우리는 이를 쉽게 구할수(소싱)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SK바이오팜이 이 시장에 들어가면, 아시아에서 가장 큰 방사선의약품 기업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퍼스트 무버의 이익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표적단백질 분해 기술인 TPD(targeted protein degradation, TPD)도 꼽았다. TPD는 세포 내 단백질 분해 시스템을 활용,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고 분해하는 플랫폼 기술이다. 표적단백질을 분해, 제거해 질병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원리다. 질병을 일으키는 핵심 기전에 관계된 단백질에 결합해 해당 단백질의 생성 또는 기능 저해에 그치는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이 사장은 “TPD 1세대 기술인 프로탁으로는 신약 기발을 이미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2세대 기술인 분자(molecular) 본드(glue) 기술까지 확장할 계획을 밝혔다. TPD 기술확보를 위해 SK바이오팜은 지난달 프로테오반트 사이언스의 완전 인수 계획을 밝혔다. 

프로테오반트 사이언스는 2020년 SK와 미국의 바이오벤처 로이반트가 설립한 합작사다. 당시 SK는 2억 달러(약 2200억 원)를 투자해 지분 40%를 확보했다. 여기에 SK바이오팜이 지분 60%를 4750만달러를 주고 취득하며 SK그룹이 완전 인수하게됐다. 이번 인수로 TPD 기술력과 미국 내 연구거점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는 세포유전자 치료제(CGT)를 꼽았다. CGT는 살아있는 세포나 유전물질을 환자에게 전달, 유전적 결함 및 질병을 치료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치료법이다. 이 사장은 “유전자 기술은 생산기능이 40%이상의 중요성을 차지한다”라며 “SK의 자회사인 SK팜테코가  미국 CBM, 프랑스 이포스케시 등 CGT 전문 CDMO를 인수하며 생산 능력을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물질을 SK팜테코가 생산하고 SK라이프사이언스가 판매하는 구조로 그룹 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료=SK바이오팜, 표=김은실 디자이너

 

SK바이오팜이 미국 현지에 갖춘 세일즈 플랫폼(영업망)에 두 번째 상업화 제품을 ‘얹어’ 현금 흐름 창출을 지속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세일즈 플랫폼에 대해 “유일하게 SK바이오팜만이 갖고 있는 역량”이라며 “안정적이고 능력있는 세일즈(체계)가 2025~2026년 사이에 완성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제품까지 이 영업망 위에 올린다면,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을 가져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사장은 “SK바이오팜은 세 가지 영역에서 확장을 이뤄갈 것”이라며 “자산에서 기술로,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중추신경계라는 니치 마켓에서 폭발력이 있는 항암제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다”라고 했다. 

이어 “이 세가지 확장 방향성은 SK바이오팜이 글로벌 기업으로 가겠다는 비전이자, 균형잡힌 빅 바이오텍으로 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래기술 세가지를 정하고, 이런 신성장 분야에 5년간 꾸준히 투자하겠다는 것은 미래를 위한 과감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부터 내후년까지 3년간에 걸쳐 어떻게 현금을 창출해내고, 신기술에 투자하는 방식을 보여드리는지가 SK바이오팜의 숙제”라며 “많은 관심과 피드백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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