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카드 5월 카드론 이용액 전년 동기 대비 60.3% 급증
카드론 잔액도 1년새 31.9%↑···증가폭 가장 커
대출성 상품 취급 확대로 수익성 제고 노력
“대손비용 증가 우려···오히려 수익성 떨어질 가능성도”

7개 전업 카드사 카드론 취급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7개 전업 카드사 카드론 취급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면서 카드사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카드론 취급을 줄이고 있다. 이에 카드업계 전반의 카드론 잔액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하나카드는 오히려 카드론 이용액과 잔액이 크게 늘어나면서 건전성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1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이용액은 16조8534억원으로 전년 동월(19조8106억원) 대비 14.9% 감소했다.

대부분의 카드사가 전년 동기 대비 카드론 이용액이 10% 이상 감소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5월 3조262억원에서 올해 5월 1조8690억원으로 38.2% 감소하며 카드사 중 이용액이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신한카드도 같은 기간 4조7178억원에서 3조6783억원으로 22% 줄었으며 뒤이어 삼성카드(-19.2%), 우리카드(-15.8%), KB국민카드(-14.2%)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롯데카드는 1년 새 카드론 이용액이 늘긴 했으나 5.6% 소폭 증가에 그쳤다.

반면 하나카드는 1년 새 카드론 이용액이 1조171억원에서 1조6305억원으로 60.3% 급증했다. 이용액이 늘면서 잔액 역시 증가세를 나타냈다. 하나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5월 2조9544억원에서 올해 5월 3조157억원으로 31.9% 급증했다. 이용액과 잔액 모두 카드사 중 하나카드의 증가폭이 가장 컸다.

하나카드가 중소형사로 카드론 취급 규모가 적은 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같은 중소형사인 롯데카드가 같은 기간 11.2%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하나카드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들어 카드사들은 고금리와 고물가 영향으로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7개 전업카드사 중 현대카드를 제외한 6개 카드사는 연체율이 지난해 말 대비 상승하면서 1%대로 올라섰다.

또한 카드사들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여전채의 금리가 최근 다시 오름세를 나타내면서 조달비용 상승 우려가 커진 상태다. 이에 건전성 관리와 역마진 방지 차원에서 카드론과 같은 대출성 상품의 취급을 줄이는 추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카드론 등 대출성 상품의 금리도 크게 올랐다”며 “금리 상승으로 차주들의 대출 수요가 줄어든 점도 있지만 카드사도 대출 채권의 부실 우려가 커진 상태라 건전성 관리를 위해 카드론 심사를 보수적으로 하는 등 신규 취급에 소극적인 상태”라고 말했다.

카드론의 대출 부실화 우려가 커진 상황임에도 하나카드가 카드론 취급을 늘린 배경에는 수익률이 높은 대출성 상품의 비중을 확대함으로써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셈법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카드사 전반이 실적 악화를 겪었지만 하나카드는 당기순익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 등 수익성 타격이 유독 컸다. 올해 1분기 하나카드의 당기순이익은 20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46억원에서 63% 급감했다. 이는 카드사 중 가장 큰 감소폭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금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카드론 취급을 늘릴 경우 건전성 지표 악화로 대손비용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실적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지주계 카드사들은 기업계 카드사에 비해 자금조달 측면에서 유리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카드론 등 대출성 상품 운영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대출 금리가 높기 때문에 이자 비용에 대한 차주 부담이 커지게 되면 대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오히려 대손비용 발생이나 충당금 적립 등 위험관리 비용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을 떨어뜨릴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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