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2025년까지 불공정 행위 이력에 따른 감점 1.8점 적용돼
내년 입찰 예정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전문가 "한화오션의 과감한 시설 투자·현대重 보안 감점이 쟁점"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울산급 배치3(Batch-Ⅲ) 5~6번함 건조 우선협상자 평가 결과.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한화오션이 HD현대를 초박빙 점수 차로 제치고 해군의 울산급 호위함 마지막 건조 사업을 맡게 된 데에는 HD현대중공업의 보안 감점(-1.8점)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감점은 2025년까지 유지되기 때문에 내년 7조8000억대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에서도 HD현대중공업이 불리할 여건을 뚫고 한화오션과 경쟁에서 승리해 명가 자리를 찾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8334억원 규모의 울산급 배치3(Batch-Ⅲ) 5~6번함 건조 우선협상자로 한화오션을 선정했다. 한화오션은 100점 만점에 91.8855점을 받아 91.7433점을 얻은 HD현대중공업을 0.1422점 차이로 간신히 앞섰다. 한화오션이 방산 함정 시장서 수주를 따낸 건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HD현대중공업의 패배 요인은 불공정 행위 이력에 따른 감점 1.8점이 적용된 탓이 크다. HD현대중공업 직원 등은 지난 2020년 대우조선해양이 낸 KDDX 개념 설계도를 빼돌렸고 지난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기술적인 면에선 HD현대중공업이 앞섰다. 기술능력평가 80점 만점에서 HD현대중공업은 72.3893점을, 한화오션은 71.4158점을 받아 HD현대중공업이 0.9735점 높았다. 가격평가는 양사 모두 20점 만점을 받았다. 앞서 지난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울산급 배치3 선도함을 수주하고 건조까지 마치며 기술개발에서 앞섰다는 평가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당사가 선도함을 개발, 건조했을 뿐만 아니라 이번 평가에서 가장 높은 기술 점수를 받았다”며 “다만 감점 적용으로 인해 수주에 이르지 못하게 된 점을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말했다.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 한화오션의 울산급 호위함 모형이 전시된 모습. /사진=한화오션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 한화오션의 울산급 호위함 모형이 전시된 모습. /사진=한화오션

문제는 다음 격전지인 KDDX 사업 수주전이다. HD현대중공업이 받은 보안 관련 감점은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2025년까지 유지되기 때문에 내년 입찰이 예정된 이 사업에서도 한화오션이 고지를 점할 수 있다.

KDDX 사업은 선체부터 각종 무기체계까지 국내 기술로 건조되는 첫 국산 구축함 건조 프로젝트다. 사업 규모가 총 7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상함 명가’ 타이틀을 가를 본경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HD현대중공업은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성능 고도화를 통해 다가오는 입찰을 대비하겠단 전략이다. 지난 5년간 HD현대중공업의 수상함 분야 시장점유율은 52.4%로 한화오션( 25.4%)을 크게 앞서고 있다. 

현재로서는 HD현대중공업이 KDDX의 기본설계를 담당해 기술 면에서는 우위에 서 있다는 평가다. 다만 향후 진행될 프로젝트에선 기술평가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울산급 호위함과 KDDX 입찰에서 기술평가는 각각 이뤄진다”며 “특정 프로젝트에서 기술력 평가 결과가 갈렸다고 해서 이후에도 비슷한 평가를 받을 것이란 해석은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한화오션 측도 이번 입찰 결과를 분석, 기술격차를 줄이고 경쟁력을 입증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울산급 호위함) 기술평가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면 철저하게 분석해 부족한 부분은 개선해 보강해 나가겠다”며 “이후 프로젝트 입찰이 재개될 때까지 기술력 확대를 위해 연구개발 활동에 전념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대규모 시설 투자를 통한 함정 건조 능력 강화에도 나섰다. 한화오션은 약 1000억원을 들여 거제조선소에 수상함 2척을 동시에 건조 가능한 실내 탑재공장과 함정 전용 조립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와의 시너지도 큰 경쟁력으로 내세울 전망이다.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양사의 기술능력은 거의 비슷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인력 사정, 건조 능력 등에서 차이가 벌어졌다“며 “한화오션의 실내 탑재공장 건설 계획 등 과감한 투자가 우선협상자 대상 선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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