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진흥회 소위원회 원유 가격 리터당 69~104원 인상 논의
유업계, 흰 우유 마진율 1% 내외···소매 가격 중 원유 관련 비용 40%가량 차지

/ 사진=이숙영 기자
대형마트 매대에 놓인 우유. / 사진=이숙영 기자

[시사저널e=이숙영 기자] 원유 가격 인상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원유 가격이 지난해 인상 폭보다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업계에서는 유제품 가격 인상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지만 유업계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18일 유업계에 따르면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오는 19일을 협상 기한으로 정하고 원유 가격을 논의하고 있다. 낙농가, 유업계에선 올해 원유 가격 인상 폭이 L당 69∼104원 범위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있다. 이는 최근 2년간의 인상 폭보다 높은 수준이다. L당 원유 가격은 지난해 49원, 2021년 21원 상승한 바 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유업계에서도 유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전망이다. 유업계는 통상 7월경 원유 가격 인상 정도가 결정되면 8월에 이를 반영해 제품 가격을 인상해 왔다. 지난해 원유 가격이 49원 인상됐을 때 유업계는 우유 가격을 10%가량 올렸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정부의 개입'이라는 변수가 존재한다. 지난 7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빙그레 등 유업체 10여곳을 불러 유제품 가격 인상 자제를 권고했다. 최근 라면·빵·과자의 가격인하를 관철시킨 정부가 우윳값까지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우유 가격이 오르면 빵, 아이스크림 등 우유가 들어간 제품 가격이 연속적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격 인상 자제 권고에 유업계는 "라면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라면 가격의 경우 원재료인 밀가루의 가격이 내렸기 때문에 인하가 가능했지만, 우유는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올라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1L 흰 우유 가격 구조.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특히 흰 우유의 경우 마진이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흰 우유의 가격은 원유 가격에 원유 운송비, 등급 판정 검사비, 제조 공정비, 유통 마진 등을 붙여 형성된다.

업계에 따르면 흰 우유 소매가의 30%가량은 대형마트, 백화점 등에서 가져가는 유통마진이다. 농산물유통공사 KAMIS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전국 흰 우유 소매 가격은 2809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흰 우유의 유통마진(30%)은 약 843원 수준이다.

흰 우유 소매가에서 원유에 대한 비용은 40%가량을 차지한다. 현재 원유기본가격은 L당 996원으로, 여기에 유업체들은 원유 품질에 따라 100~300원선의 인센티브를 추가로 지불한다. 즉 유업체들이 실제로 지불하는 원유에 대한 비용은 1100~1300원선으로, 전체 소매 가격의 39~46%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유업체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원유 운송비, 등급판정 검사비, 제조공정비 등이다. 업계에서는 이 비용의 비중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비용을 제하고 남은 이익은 1% 내외에 불과하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낮은 마진율에 유업계에서는 유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정부가 우유 가격을 내리고 싶다면 원유 가격부터 조정하는 것이 순서에 맞지 않냐는 불만도 나온다.  

낙농가는 생산비가 올라 원유 가격을 올려야한다는 입장이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사료가격이 많이 올랐다. 996원 원유가격 중 생산비가 115원 정도"라며 "원유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낙농가에서 원유 생산 기반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국산 원유 없이 수입산 원유만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상황을 봤을 때 낙농진흥회 소위원회에서는 원유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유업계에서 이를 바로 유제품 가격에 반영할 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 정부와 소비자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우유 가격을 언제 얼마나 올릴지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 일단 원유 가격이 오를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지난해에도 원유 가격 협상이 늦어져 10월에 가격을 올린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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