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교정 바이오산업발전 협의회’ 출범···상업화 위한 개선방향 전달한다
"美·日 유전체교정(GE)은 GMO라 판단하지 않는 등 규제 풀어 발전 가속화"
"비타민D 강화 토마토 등 원천기술 보유 국내기업, 규제에 산업발전 어려움"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국내 유전자교정 기업 21개사가 모여 협의체를 출범했다. 협의체는 산업계의 입장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 등을 정부에 건의하며, 국내 유전체교정 제품의 상업화와 발전에 힘쓸 계획이다.
1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툴젠 등 국내 21개 유전자교정 기업이 모여 ‘유전자교정 바이오산업발전 협의회’를 최근 출범했다. 유전자교정 식물·동물 분야 바이오 벤처기업이 모여 협의체를 출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장사로는 툴젠이 선임됐다. 툴젠 외 그린진, 라트바이오, 레드진, 메디프로젠, 바이오에프디엔씨, 엠젠솔루션, 엣진, 지에이치바이오, 지플러스생명과학 등 총 21개 기업으로 협의회가 구성됐다.
협의회는 유전자교정 관련 기업이 규제완화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출범했다. 국내에 유전자교정 원천 술을 보유한 회사가 많음에도 규제에 발이 묶여 있어 산업 발전이 더디다는 판단이다. 협의회는 산업계 입장과 개선 방향 등을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다.
유전체교정 기술(Genome Editing, GE)은 유전자의 특정 염기서열을 효소를 통해 잘라내는 기술이다. 유전체의 특정 디옥시리보핵산(DNA)을 잘라내고 교정(편집)하는 것이다. 최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 개발로 가속화됐다. 자연 상태에서도 생물체는 DNA 손상 시 스스로 이를 절단하거나 보수한다. 유전자교정은 이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DNA 일부분을 정확하게 자르거나 붙여 편집하는 것이다.
이런 유전자교정은 유전자변형(GM)과 구분된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실제 많은 국가에선 GM으로 탄생한 유전자변형생물(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의 일부분으로 주로 곡물이나 채소에 사용하는 LMO(Living Modified Organism)와 GE으로 탄생한 작물 등과 구분하고 있다. GMO나 LMO는 유전자를 ‘재조합’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GE를 이용한 방식은 외래 유전자의 삽입 없이 유전자 가위 기술로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는 등 유전형질을 변형한 것이기 때문에 GMO나 LMO와 다르다는 설명이다. 즉, 새롭거나 다른 유전자를 삽입한 것이 아니며, 내부 DNA 교정은 자연 상태에서도 숱하게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GMO나 LMO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특정 병을 유발하는 인자만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GMO, LMO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유전체교정 기술을 농축산물에 적용하면 품질과 경제성 등을 크게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세계 많은 나라는 작물 분야 관련 규제를 풀며 관련 기술을 활용한 작물 개발과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각국마다 GMO 제품에는 규제가 있지만, GE의 경우 non-GMO로 간주하거나 GMO 규제 면제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전환 중인 추세다.
미국은 유전자편집작물을 GMO로 간주하지 않는다. GMO 농산물을 ‘외래 DNA가 유기체에 삽입되었는가’ 여부에 따라 정하기 때문이다. GE는 외부 DNA가 삽입되는 게 아니라 특정 유전자의 염기서열 일부 등 구성이나 특성을 변형한 개체이기에 GMO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규제도 GE 최종 제품의 새로운 특성이 무엇이냐로 접근한다. 즉 GE가 들어간 교정작물이라고 할지라도, 최종 작물의 특성에 따라 GMO 규제 면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일본 역시 소수의 염기쌍까지의 유전자 변화는 GMO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GMO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특히 상업적 재배를 위한 141개의 유전자변형작물을 포함해 322개 이상의 식품용 유전자변형 제품을 승인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유전자교정 제품을 허용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의 경우 GE 작물을 전부다 GMO로 간주해 규제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에 정부는 작년 7월 국회에 LMO의 초기 단계로 유전적 안전성이 확보된 유전자교정(GE) 생물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자는 내용의 ‘유전자변형생물체(LMO)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산업부를 중심으로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7개 부처가 장기간 논의를 거쳐 마련한 법안이지만, 처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해당안은 발의 후 두달 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이후 논의가 멈춰있는 상태다.
툴젠 관계자는 “현재 유전자교정 작물이 전부 다 GMO로 간주된다”라며 “유전자 교정만 있으면 다 GMO법 범주 안으로 보는 과정 중심 규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일본이나 유럽은 GMO와 유전자교정 농산물은 다르다고 보는 입장”이라며 “최종 결과물에 외래유전자 삽입이 없는 경우 관련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특히 “외국은 관련 규제 완화에 따라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유전자교정이라는 새로운 기술에 대해 GMO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가는 중인데, 국내는 작년 7월 발의된 관련 법안이 심의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에 따라 국내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많음에도, 규제에 따라 산업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의 기술력에 의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비타민 D 함유랑을 높인 토마토 ▲올리브유처럼 올리고당이 많이 함량된 콩 등이 탄생했음에도, 상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본 등에서는 이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GE 적용 복어, 참돔, 토마토 등이 상용화된 상태”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GE의 상업화에 있어 제약이 많다는 점을 고려, ‘유전자교정 바이오산업발전 협의회’는 산업계의 의견과 입장, 개선 필요한 점 등을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라며 “툴젠은 의장사의 역할을 하며 각 사와 함께 협의하며 협의회 활동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