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침수 피해 잇따르며 손해율 상승 따른 실적 악영향 관측
통상 실적 악화 가능성은 주가 악재로 작용···추가 하락 우려도
재보험 출재와 사업비 관리 통해 적정 수준 유지 가능성 제기
보험사 피해 예측·대비 능력 향상돼 실적과 주가에 큰 영향 미치지 않을 것

지난해 침수차량으로 뒤엉킨 서울 대치역 인근 도로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침수차량으로 뒤엉킨 서울 대치역 인근 도로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올해 장마철 집중호우로 차량 침수 피해가 잇따르면서 손해보험업계에 비상이 떨어졌다.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던 손해보험사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주요 손보사 주가 향방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적으로 실적 악화 가능성은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과거 사례를 보면 재보험 출재와 사업비 관리 등을 통해 적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고 보험사의 피해 예측·대비 능력도 향상되면서 실적과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오는 9월까지 집중호우로 인한 차량 침수 피해액이 2500억원을 상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집중호우와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차량 침수 피해액이 2147억원에 육박했는데 이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3일 오전 9시까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메리츠화재·KB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에 침수 피해 등으로 접수된 차량은 437건으로 집계됐다. 추정손해액은 39억9700만원에 달했다. 

지난 주말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물 폭탄이 쏟아진 만큼 추가적인 차량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전국적으로 강한 비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차량 피해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상청은 장마전선이 오는 20일까지 전국에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맛비가 계속되면 지반이 약해져 저지대 침수, 옹벽·축대 붕괴, 산사태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차량이 침수 등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커진다.

이에 호조가 예상됐던 3분기 손보사 실적에 상당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만성적자였던 자동차보험 부문은 손해율이 개선돼 지난해 흑자 전환했고 개선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자동차보험 기준 상위 4개 손보사(삼성·DB·현대·KB손보)의 손해율은 70% 중후반대에서 관리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적정 손해율을 78~80%로 보고 있다. 자동차보험을 유지하기 위한 사업비율이 대략 20% 수준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0%를 넘어서면 적자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해율이 80%라는 것은 고객으로부터 보험료로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80원을 지급한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20년 이전만 해도 자동차보험은 손해보험사에 만년 적자로 여겨지던 상품이었지만 코로나 펜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이동 제한 등 차량 통행량이 크게 줄어들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어 올해 역시 포스트 코로나 영향으로 자동차 통행량이 늘어났지만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00조원에 달하는 손보 시장에서 자동차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조원에 육박한다"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전체 손보사 실적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폭우로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세가 꺾일 수 있다는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극심한 폭우로 1만 대가 넘는 차량이 침수 피해가 발생하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상승한 사례를 고려하면 실적 악화가 우려되고 주가도 부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일시적으로 급등해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지만 재보험을 통해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지난 1~9월 대형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77.9~78.8%로 적정 손해율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손보사 12곳의 자동차보험 매출액(원수보험료)도 전년 대비 2.4% 오른 20조원을 기록해 2년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오히려 전년 대비 실적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았고 주가도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손보사들의 피해 예측·대비 능력이 향상되면서 자연재해에 따른 재산 피해 규모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집중호우 피해도 과거 사례와 유사하게 손보사들의 통제 범위 내에서 관리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집중호우로 인한 추가적인 피해 가능성이 손보사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자연재해로 발생한 손해액의 경우 일정 수준까지는 손보사가 지급하고 설정된 수준을 넘어서는 이벤트별로 가입한 재보험사가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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